이 그림은 뭉크의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됐다. 그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었고, 열네 살 때 누나 소피마저 같은 병으로 떠나보냈다. 가족의 죽음은 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겼다. 그림 속 침대에 기댄 소녀는 바로 소피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소녀는 두꺼운 흰 베개에 몸을 의지한 채 창백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곁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소녀의 손을 붙잡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뭉크 남매를 친자식처럼 돌봤던 이모 카렌이 모델이다. 두 사람의 손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맞닿아 있지만, 여인은 고개를 떨군 채 끝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다.
뭉크는 사실적인 재현 대신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리고 날카롭게 긁어내는 거친 붓질로 화면을 채웠다. 형상을 흐릿하게 뭉개 버린 이 파격적인 기법은 마치 눈물 고인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았던 것을 그린다’는 그의 말처럼, 이 그림은 현실의 기록이 아니라 그의 기억 속에 응어리진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한 것이다.
결국 이 그림은 간병의 장면이 아니라 무력함의 초상이다. 깊은 사랑으로도 끝내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절망의 확인이다. 그럼에도 뭉크는 말한다. 비록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지라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사랑의 방식이라고.이은화 미술평론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week ago
7
![[사설] 자율주행 거리 테슬라가 韓 1200배, 경쟁 되겠나](https://www.chosun.com/resizer/v2/HBRDSYZSMFQTSNRZGJRDOZBRGI.jpg?auth=7ac8b52398b653a0f5dcfffb986c1224b697f51637a4531bd5b50581200faa55&smart=true&width=654&height=368)
![[팔면봉] 일부 與 후보, 우호적인 친여 유튜브엔 나가면서 양자 토론회는 ‘기피’.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국힘 인구 51만 시흥시장 무공천, ‘경기도 포기당’으로 가나](https://www.chosun.com/resizer/v2/GU3TGZRRG5RDMYJRGRSTENJUG4.jpg?auth=4b2eae5cf2f8f4e1cb577283d6af957cbb800f284854573bf6bc69a13ab01efb&smart=true&width=3300&height=1827)
![[사설] “새마을운동, 박정희 성과” 국민통합 실천으로 이어져야](https://www.chosun.com/resizer/v2/G5QTAYZTHBRTEMBXMNTGIZRRMU.jpg?auth=d9c155b10bee3b8533cc505674d34b1567b26b9cf1eaae9e7c00cf777d095ea4&smart=true&width=3900&height=2691)
![[박정훈 칼럼] ‘우리가 분노 안 하면 그들이 개돼지로 볼 것’ 2](https://www.chosun.com/resizer/v2/SNU6Z2T7D5FPFOV5RU7SQYCRGQ.png?auth=8706222c40791eea37121382644492ea5bb4f71a3903720bd1b454569f16705b&smart=true&width=1200&height=855)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40] 영화관과 호텔의 절묘한 결합](https://www.chosun.com/resizer/v2/3AIVNJRUDNHTNJDJ44OS5GD63M.png?auth=51a9adf98d006d325eaec10351f557310ea365d4b3e00d942678efb33fea814f&smart=true&width=500&height=500)
![[태평로] 벨라루스 올림픽 복귀로 본 선택적 정의](https://www.chosun.com/resizer/v2/QL5SSLS6P5AQJK6VO7L2GN7QBM.png?auth=321e5293ea764d537cef16bfdf5ce75f66eec994f8aed120b4c620c8eab3c5e5&smart=true&width=500&height=500)
![[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29] 영혼을 위로하는 죽 한 그릇](https://www.chosun.com/resizer/v2/FF6HEEAU2JHKPKHIKEFN3GI7TA.jpg?auth=66fcedf62923f6dccedf57ed80b60f60f57aeaa83389d603012d35a8a10ced93&smart=true&width=1977&height=1418)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천자칼럼] 인간 이긴 로봇 마라토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