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사들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법률·회계 전문가 출신 사외이사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리스크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행보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이달 말 주총을 열어 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등 안건을 처리한다. 이달 26일 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7일 펄어비스와 시프트업, 28일 넥슨게임즈와 웹젠, 31일 넷마블이 주총을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판사 출신의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을 재선임한다. 또 이은화 RGA코리아 총괄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법적 리스크와 재무 관리 역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엔씨가 회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엔씨는 지난해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게임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 매출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 시행으로 인한 퇴직금 비용이 원인이었다.
법률 전문가의 선임 배경으로는 지식재산권(IP) 법적 분쟁이 꼽힌다. 엔씨는 리니지 모바일 3형제와 관련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크게 3가지 진행 중이다. 우선 카카오게임즈의 '아케이지 워'와 '롬:리멤버 오브 마제스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각각 '리니지2M'과 '리니지W'를 모방했다는 이유였다. 웹젠과도 소송 중이다. '리니지M'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웹젠의 'R2M'을 소송했다. 현재 '아케이지 워'와 'R2M' 관련 소송은 항소로 2심 진행 중이다.
엔씨 관계자는 "이은화 사외이사 후보는 회계, 재무와 더불어 다양한 기업에서 쌓아온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여성 최초 고검장 출신인 노정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승연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교수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다만 카카오게임즈는 기업 간 소송 때문에 법률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모시는 건 기업 간 소송보다는 전체적인 법률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면서 "회사 경영 전반과 관련된 적법성 관리 감독은 물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게임 산업계가 맞이한 법적 리스크 등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게임즈는 이남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공인회계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넥슨도 IP 분쟁에 휩싸인 상황. 넥슨 개발진들이 퇴사 후 설립한 게임사인 디나미스원과 서브컬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블루 아카이브' 표절 시비를 다루고 있다. 모회사인 넥슨코리아는 아이언메이스와 생존 어드벤처 PC 게임 ‘다크앤다커’를 두고 수년째 공방 중이다.
넷마블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과 강이 LNK 세무회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크래프톤은 사외이사와 보상위원회 위원, ESG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윤구 오토데스크 디지털·E커머스 부사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소송뿐 아니라 확률형 게임 아이템 규제 등 게임 산업 자체 규제 이슈에 대한 법적 리스크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법률·회계 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