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 너는 네가 될 거야[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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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에세이스트 초여름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열여덟 살 서진을 만났다. 충남 소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온 서진은 3년 전 북토크에서 만난 청소년 독자였다.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내 책을 읽었다고. 작가님 책에서 힘을 얻어 다른 책도 따라 읽었다며 멋쩍게 웃던 중학생 서진을 기억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세 시간, 어서 가자고 서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부터 데리고 갔다. 책을 둘러보다가 시집과 귀여운 책갈피를 선물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도 데리고 갔다. 달콤한 것들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훌쩍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그 애를 바래다주는 길, 못내 아쉬워서 기념사진을 남겼다.“작가님, 저는 너무 평범한데요.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서진은 다가올 미래를 막막해했다. 네가 평범하다니. 좋아하는 작가를 보려고 북토크까지 찾아왔던 중학생, 그때도 서진은 운동에 전념하며 소방관이 되길 꿈꾸던 소녀였다. 이후로도 멀리서 나를 찾아와 손편지를 건네주던 서진은 한결같이 좋아하는 마음의 방향으로 걸어가던 친구였다. 내게는 특별했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고등학생이 된 서진은 다른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제힘으론 어쩔 수 없는 좌절을 겪고, 딱히 잘하는 게 없어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여기는, 소도시에 사는 고등학생. 서진은 열여덟의 나와 닮아 있었다.“서진아, 일단은 고향을 떠나. 그리고 무조건 많은 경험을 해 봤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겠다고 찾아오는 이런 용기로 말이야. 막막해도 두려워하진 마. 대학수학능력시험이든 전공이든, 네 선택과 결과가 어그러진대도 낙담하지 마. 길을 잃어도 괜찮아. 나도 그래 봤는데 헤맨 만큼 온전히 내 경험이 되더라. 그게 오히려 살면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거야. 헤매야 찾을 수 있고, 잃어야 얻을 수 있지. 너무 걱정하지 마. 너는 네가 될 거야.” 서진에게, 그 시절의 나에게 어른이 되어 건네는 조언이었다. 당장 세상이 끝날 것 같았던 막막한 고민도, 널뛰던 감정도, 뜻밖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이제 와 돌아보면 모든 게 나를 위해 만들어진 징검다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꼭 필요한 일들을 겪었고, 꼭 필요한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당시의 나는 깨달을 리 없었지만. 나는 서진에게 필요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안다. 그런 어른 하나를 만나본 기억이 훗날 다시 나아갈 힘이 된다는 걸. 선물했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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