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6 시리즈, '스펙' 보다 'AI 경험' 더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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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제 스마트폰의 기본 소양이다. 이제는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기 스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맥락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로 접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을 통해 공개한 3세대 AI 폰 '갤럭시 S26 시리즈'는 이러한 모바일 생태계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갤럭시 S26 시리즈를 발표하는 노대문 대표이사 / 출처=삼성전자갤럭시 S26 시리즈를 발표하는 노대문 대표이사 / 출처=삼성전자

이번 신제품 발표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세서의 단순 처리 능력이나 카메라 화소 수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스펙'에 대한 강조를 줄이고, 철저히 '사용자 경험(UX)' 향상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진화한 갤럭시 AI, 일상의 인프라가 되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역대 가장 직관적이고 쉬운 갤럭시 AI를 내세웠다.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파악해 사진 공유나 일정 확인을 선제적으로 텍스트 창에 띄워주는 '나우 넛지(Now Nudge)',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잊고 있던 예약 정보까지 리마인드 해주는 '나우 브리프(Now Brief)' 기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통합하여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내 사진 속 옷을 가죽 재킷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한층 진화된 '포토 어시스트' 기능도 행사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 / 출처=삼성전자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 / 출처=삼성전자

화려한 AI 뒤에 가려진 아쉬운 '스펙 재탕'

하지만 화려하게 진화한 AI 경험 이면에는 다소 아쉬운 하드웨어 구성이 자리하고 있다. 물리적 스펙의 향상 폭이 아주 크지는 때문이다.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S26 기본 모델과 S26+ 모델의 램(RAM) 용량은 12GB로 전작과 동일하다.

모바일의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급 나누기'도 여전하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6 울트라'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Snapdragon 8 Elite Gen 5 for Galaxy)이 탑재되었지만, S26 및 S26+ 모델에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다고 평가받는 삼성의 자체 칩 엑시노스 시리즈(Exynos 2600)가 탑재되었다.

엔진은 그대로, 서스펜션과 공기역학을 고쳤다?

카메라 사양 역시 논쟁거리다. 탑재된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는 S22 시리즈부터 쓰던 부품을 사실상 '재탕'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이미지 센서(아이오셀 HP9 등)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탑재한 해외 브랜드 스마트폰(vivo X300 시리즈 등)이 유명 매체의 카메라 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휩쓸기도 했다. 자사 플래그십에 정작 자사의 최신 고성능 센서를 넣지 않은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항변할 거리는 있다. 고성능 이미지 센서는 필연적으로 모듈 크기가 커져 이른바 '카툭튀'와 본체 두께 증가를 유발한다. 슬림한 본체를 선호하는 일반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센서 교체 대신 다른 방식의 업그레이드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vivo의  X300 시리즈는 삼성 HBP 이미지 센서 기반의 카메라를 탑재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 출처=vivovivo의 X300 시리즈는 삼성 HBP 이미지 센서 기반의 카메라를 탑재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 출처=vivo

실제로 삼성전자는 센서를 그대로 두는 대신, 렌즈의 조리개 수치를 개선해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하드웨어를 다듬었고, 여기에 강력한 'AI 보정(Pro Visual Engine)' 기술을 더해 최종 결과물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심장인 엔진은 구형을 그대로 얹었어도 서스펜션이나 구동축, 에어로다이내믹스(공기역학) 설계를 정교하게 개량해 트랙에서의 전반적인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 것과 같은 이치다. 엑시노스 2600 역시 이전 세대보다 크게 개선되어 벤치마크 상으로는 스냅드래곤 못지않은 성능을 낸다는 점도 이러한 '튜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3년 만의 가격 인상과 심해진 '울트라 쏠림' 현상

소비자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은 가격과 라인업 간의 간극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시리즈 이후 약 3년간 기기 가격을 동결해 왔으나, 이번 S26 시리즈는 모델별로 전작 대비 약 10~13%가량 인상되었다. 기본형 모델은 125만 4000원, 플러스는 145만 2000원, 울트라는 179만 7400원부터 시작한다. 전작 대비 수치적인 스펙 향상이 적은데도 과도한 인상이라는 불만과, 그간의 글로벌 부품값 및 원화 환율 상승을 고려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옹호론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26 울트라의 스펙 / 출처=삼성전자갤럭시 S26 울트라의 스펙 / 출처=삼성전자

발표 내내 '울트라 모델'만 집중 조명한 점도 아쉽다. 모바일 최초로 측면 시야를 차단해 사생활을 보호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Privacy Display)'나, 고화질 영상 제작을 위한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 코덱 지원 등 고급 기능의 상당수는 갤럭시 S26 울트라에만 탑재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S26 시리즈 안에서도 체감되는 기술적 격차가 제법 있다.

갤럭시 S26 및 S26 플러스의 스펙 / 출처=삼성전자갤럭시 S26 및 S26 플러스의 스펙 / 출처=삼성전자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경험의 혁신'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하지만 이러한 하드웨어의 타협과 울트라 쏠림 현상을 단순히 '혁신의 정체'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의 상향 평준화가 한계에 달한 현시점에서, 제조사 입장에선 단순한 스펙 수치(카메라 화소 수, 램 용량 등)를 부풀리기보다 사용자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돕는 '소프트웨어와 AI의 결합'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영리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국 갤럭시 S26 시리즈는 스마트폰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상징하는 기기다. 엔진(스펙)을 통째로 갈아엎는 대신,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에이전틱 AI'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얹은 셈이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울트라 모델이 마니아와 전문가를 이끈다면, 기본 및 플러스 모델은 다듬어진 폼팩터 안에서 대중들에게 일상적인 AI의 편리함을 확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갤럭시 S26 시리즈의 진정한 가치는 벤치마크 점수나 스펙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내 손안의 AI가 나의 하루를 얼마나 윤택하고 번거로움 없이 만들어 주는지에 달려 있다.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돌파하려는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갤럭시 S26 시리즈의 출시일은 3월 11일이며 국내 사전 판매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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