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장 선거 1년 만에 원점으로…5~6개월 추가 공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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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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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KAIST 총장 선출이 무산됐다. 이광형 17대 총장이 지난해 2월 임기를 종료한 지 약 1년 만인 26일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3명의 후보 모두 선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KAIST는 1971년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설립한 국가 전략 대학이다. 인공지능(AI) 등 전략 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1년 넘게 총장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적 상황 고려됐나”

이날 임시 이사회에 상정된 총장 후보는 이광형 현 총장,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등 3명이다. 총장으로 최종 선임되려면 투표권을 가진 이사 14명 중 8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KAIST에 따르면 3명의 후보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KAIST 관계자는 “곧바로 재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모부터 후보 검증, 3배수 압축, 이사회 최종 후보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까지 전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는 만큼 차기 총장 선임까지는 최소 5~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 선임이 무산되면서 리더십 공백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내에서도 총장 선임 지연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KAIST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임 지연이 장기화하면 대학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대내외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KAIST는 이광형 총장의 ‘직무 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3명 후보가 모두 탈락할 것이란 얘기는 KAIST 관할 부처인 과기정통부 등을 통해 꾸준히 나왔다. 이번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각각의 후보마다 결격 사유가 거론됐는데 대부분 정치적인 고려와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과학기술 리더십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선 실패를 넘어 공공기관의 최고책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ST를 포함한 과학기술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주요 보직이 정치 상황에 따라 장기간 공백 상태로 놓이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대학과 연구소가 이사회 중심의 의사 결정을 통해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립 대학이긴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만 해도 고정 임기 없이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재신임하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앨런 가버 총장의 임기를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역시 고정 임기 없이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재신임한다.

이에 비해 KAIST는 제13·14대(2006~2013년) 총장을 지낸 서남표 전 총장을 제외하고는 연임한 사례가 없다. 한 KAIST 교수는 “과학기술 연구는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십이 자주 바뀌거나 공백이 길어지면 실행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현재 수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4곳이다.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은 “민간 대학도 대부분 총장 임기가 단임에 그친다”며 “이번 기회에 대학 총장의 임기 문제를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사회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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