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소주전쟁' 제작사 손 들었다…감독 타이틀 없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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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9 09:49 수정2025.05.29 09:49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사진제공=쇼박스, 더램프

'소주전쟁' 감독 해임이 부적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배우 이제훈, 유해진 주연의 영화 '소주전쟁'은 감독 타이틀 없이 극장에 걸리는 유례 없는 영화가 됐다.

제작사 더램프는 지난 28일 영화 '소주전쟁'의 감독 해임이 부적법하지 않다는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을 전하며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더램프는 "해촉자 및 해촉자가 대표로 있는 공동제작사에 대해 감독계약해지확인 등 본안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에 대해 상대방측은 더램프를 상대로, 계약해지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더램프의 소명을 인정하여 상대방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지난 5월 27일 내렸다"고 전했다.

'소주전쟁'은 최 대표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나 1차 편집까지 끝낸 시점에 제작사로부터 해촉됐다. 더램프는 최 대표의 기여도를 감안해 '현장 연출'이라는 이름의 크레딧을 붙였다.

최 대표가 '소주전쟁' 감독직을 박탈당한 데는 시나리오 탈취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더램프에 따르면 영화감독 경력이 전무한 최 대표가 감독 계약을 체결할 시 '최윤진 단독 작가'로 표시된 '소주전쟁'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에 더램프는 최 대표가 영화의 시나리오 단독 작가라 믿고 총예산 100억원대의 상업영화인 '소주전쟁' 감독 계약을 맺었다.

더램프 측은 '소주전쟁' 촬영 중 해당 작품 시나리오 창작에 참여한 다른 작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 끝에 박현우 신인작가가 과거에 쓴 타 시나리오와의 유사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램프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을 통해 감정을 받았고 '소주전쟁'이 박현우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수정돼 만들어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박 작가를 원작자 및 제1각본가, 최 대표를 제2각본가로 판단했다.

더램프는 "해촉자가 스스로의 잘못과 박현우 원작자 지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협의를 통해 사안을 바로 잡고 '소주전쟁'을 개봉하기를 원했으나 해촉자는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된 자료와 함께 더램프와 박 작가를 비난하며 본인을 제1각본가로 주장하는 문건을 장기간 영화계에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에 막대한 피해가 예측돼 1년여간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으나 감독계약해지, 본안소송 제기를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게 됐다"며 "이는 영화 제작 도중 발견된 원작자 논란을 은폐하려 하지 않고 뒤늦게나마 바로잡아 신인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전부 기각하면서 "(더램프의) 해지통지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성명표시권을 비롯한 (박현우 작가의) 저작인격권은 성질상 양도될 수 없고", "각본 크레딧에 박현우가 표기되지 않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종 완성되어 현재 상영을 앞둔 (소주전쟁) 영화의 영상은 (해촉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하여 편집된 영상으로 보인다"고 더램프의 소명 사실을 인정했다.

더램프는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는 때다. 더램프는 제작사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과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이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다른 이의 노고를 빼앗아 얻을 수 있는 명예 또는 다른 이의 노고를 짓밟을 수 있는 권력으로 이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신진 영화인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영화계가 되도록 더램프가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램프는 신인 작가의 정당한 권리보호, 윤리경영, 영화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 수호라는 원칙하에 감독 해촉 등 조치를 취하면서 '소주전쟁' 제작 및 완성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더램프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아 무사히 '소주전쟁'을 개봉하게 됐다"며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소주전쟁'의 빈 감독 타이틀이, 감독이라는 그 직책이 얼마나 숭고하고 소중하며 또한 참여자들 모두를 아우르고 보호해야 하는 무겁고 중요한 직책인가 하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윤진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크레딧 조율단계에서, 크레딧에 대한 감독이 의견을 말한게 앞으로 제작자와 생각이 다르고, 작가와도 생각이 다른 경우는 아주 많다.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제작자 역할이다. 그리고, 전 분명히 박현우 작가의 의견을 존중해서 각본에 박현우를 올리겠다고도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더램프 박은경 대표는 '감독을 해고시킬 목적으로' 크레딧 순서 문제를 계속 분쟁화시키고 마치 각본을 탈취한 것처럼 허위 사실로 언론전을 펼치고 감독 해고 사유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더램프와 쇼박스가 보도자료나 영화 본편에 감독 크레딧으로 제 이름을 올리지 않을 거라면 제 이름을 삭제하고 현장 연출 크레딧을 빼달라고 요청하는바"라며 "현장 연출 크레딧이 더 치욕스럽다"고 호소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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