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검사들에게 윤 전 서장은 꽤 알려진 이름이다. 그는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다. 윤석열, 윤대진 등 당시 특수수사통 부장검사 두 사람이 ‘대윤·소윤’으로 불리며 가깝게 지내던 때다. 검사들과 친분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언론과의 통화에서 “변호사에게 윤 전 서장을 한번 만나 보라고 한 적 있다”고 말했다가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 핵심 간부가 변호인을 소개하는 일은 일반인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2년 뒤 2015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윤 전 서장 사건에 내린 결론은 무혐의였다. 육류업자 김 씨가 직원을 통해 5만 원권 200매를 건넸다는 의혹에는 “제보자 진술이 바뀌어 의심스럽다”고 했고, 세무조사를 종결해 줬다는 특혜 의혹에는 “그렇게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런 불기소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6년이 흐른 뒤 불기소 결정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서야 알려졌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윤 전 서장을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볼 여지가 충분했는데도 검찰이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봤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윤 전 서장이 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는 골프장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여러 차례 기각한 점이 더해져 ‘수사를 뭉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무혐의 처분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그에 대한 파면 처분을 취소했다. 국세청도 항소하지 않아 윤 전 서장은 복직해 정년을 마쳤다. 퇴임 후 한 세무법인의 고문으로 활동할 때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는 말이 돌았다. “동생이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니, 형이 너무 왕성히 활동하면 동생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해외로 나가 있으라”고 조언이 나왔을 정도였다.▷결국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녹음파일을 계기로 촉발된 재수사에서 윤 전 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2021년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윤 전 서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00만 원, 추징금 4353만 원을 선고했다. 건강 상태를 감안해 법정 구속은 피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세무서장 시절 육류 수입업자 김 씨로부터 골프·식사 비용 대납을 받은 혐의가 이제야 유죄로 판단됐다. 검찰이 수사를 부당하게 뭉갰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한 셈이다.
장관석 논설위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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