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를 다녀왔다.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공인 여부에 따라 매 5년을 주기로 6개월 동안 개최하는 대규모 등록 박람회(Registered Exhibition)와 등록 박람회와 등록 박람회 사이에 3개월 동안 여는 인정 박람회(Recognized Exhibition)로 나뉜다. 2020년 두바이와 2010년 상하이, 이번 오사카 박람회가 등록 박람회고, 한국에서 열린 2012년 여수와 1993년 대전 엑스포는 인정 박람회였다.
오사카 엑스포는 우리 삶을 위한 미래 사회를 디자인하자는 주제(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로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Saving Lives), ‘삶의 역량을 키우고’(Empowering Lives), ‘삶을 연결하자’(Connecting Lives)는 하위 주제를 각 나라가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구현하고자 했다. 총 158개국이 참가했고, 152개 국가가 크고 작은 개별 공간을 운영했다. 13개 기업관, 8개 시그니처관, 국제기구관 등도 있다.
창의성 실종된 구시대적 비즈니스 모델
오사카 엑스포의 실제 내용은 여러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다녀온 많은 사람에게 물어봤다. 좋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그냥 별로였다는 것이다. 감동이 없었던 것이다. 오사카 박람회를 보면서 이제 만국박람회라는 것은 구시대적 비즈니스 모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몇몇 나라의 파빌리온은 건축적으로나 미학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만했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서 보는 콘텐츠는 대부분 그 전달 방식이 대동소이했다. 그 이유는 LED 모니터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나라마다 자기가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한두 시간씩 줄을 서서 10분 내외의 영상을 시청하고 나오는 것이다.
주제를 새롭게 전달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도 실종됐다. 주제와 무관한 국가 홍보 영상도 많았다. 일부 국가관은 아예 공사 지연으로 개장하지 못하거나 영상 장비조차 완성되지 않아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 국가관 중에서는 한국관과 미국관이 그나마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관은 ‘삶을 연결한다’는 주제에 맞춰 데이터·AI·해양 환경을 결합한 전시를 선보였고, 관람객이 직접 화면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국관은 우주·기술·교육·문화·창업을 포괄하는 주제로 영상 완성도가 높았다. 반면 독립관을 짓지 못하고 공동관에 부스를 마련한 90여 개 국가는 자국 특산품과 관광 정보를 전시하는 데 그쳤다.
국내 관광객 행사 전락…혁신 절실
이틀 동안 현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놀란 것은 외국인 관람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줄을 설 때마다 관람객 구성을 살펴봤는데,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일본 전역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과 가족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엑스포가 전 세계의 ‘만남의 장’이라는 슬로건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국내 관광객 중심의 행사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박람회는 19세기 중반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각국 기술과 문화를 소개하고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는 장으로 기능해 왔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6400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일본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대형 이벤트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들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돈을 들여 국가관을 짓고 수개월 동안 전시를 운영하는 모델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관람객 참여와 체험 극대화해야
한국이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엑스포 유치는 국제적 위상과 도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시대적 모델에 갇힌 박람회는 더 이상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아니다. 엑스포가 여전히 의미를 가지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관람객 참여와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과 예술을 접목해 현장에 가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주제 선정에서 구체성과 실행성을 높여야 한다. ‘미래 사회’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 윤리 등 구체적이고 시급한 과제를 중심으로 참가국이 협력하는 플랫폼이 될 때 관람객도 공감할 수 있다. 셋째, 사후 활용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사용된 건축 자재와 기술을 재활용하거나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모델을 제시하면 지속 가능한 행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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