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세계 1위의 비밀' 작가 린훙원 내한 강연
"보스가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결정권 갖도록 운영"
"거짓말 용서 안 해...이사회 독립성을 최우선에 둬"
"복수의 전문경영인에 경영권 물려 준 것도 특징"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베스트셀러 'TSMC 세계 1위의 비밀'을 쓴 린훙원 작가가 TSMC의 성공 비결로 '엔지니어 중심 의사결정'과 '솔직함을 강조하는 문화'를 꼽았다.
린 작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TSMC는 직원들에게 솔직함, 정직함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린훙원 작가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813160de9717c.jpg)
그는 "과거 TSMC에서 부공장장급의 직원이 물량 미달(로스)이 생기자, 이를 회사에 말하지 않고 몇달에 걸쳐서 채워나갔다. 하지만 결국 이 직원은 해고됐다"며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회사를 오래 다녔더라도, 거짓말을 한다면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해결할 때 엔지니어가 결정권을 갖는 점도 눈길을 끈다.
린 작가는 "TSMC는 보스(경영진)가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결정권을 갖도록 운영한다"며 "공급망에서 다른 요구를 하더라도 엔지니어의 의견을 중심에 둔다"고 했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선 이사회의 독립성을 최우선에 둔다고 밝혔다.
TSMC는 이사회 구성원 10명 가운데 7명이 독립된 사외이사다. 나머지 3명 가운데 2명은 회사 경영진, 1명은 정부 부처 관계자가 참여하는 식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모리스창 TSMC 창업주가 여러 차례 강조했던 바이기도 하다.
모리스창 창업주는 2000년대 초반 대만 교통대에서 한 학기가량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때 "회사의 이사회, 이사, 경영진 모두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린 작가는 "대만 기업을 포함해 아시아 기업들은 이사회의 독립성이 가장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TSMC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사외이사의 수가 항상 더 많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후계자로 키워진 복수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점도 TSMC만의 특징이다.
![린훙원 작가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d378e4f41c3f6.jpg)
모리스창 창업주가 외동딸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직접 육성한 것이다.
린 작가는 "첫 후계자였던 릭 차이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2005~2009년까지 TSMC를 이끌게 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며 "릭 차이 CEO는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모리스창의 격노를 사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80대였던 모리스창이 다시 경영에 복귀했고, 이후 세 명의 후계자를 마케팅·공장관리·R&D에 순환 배치하며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3인의 후계자 가운데 마크 리우 회장, 웨이저자 CEO가 낙점됐고 두 사람은 공동으로 TSMC를 이끈다. 하지만 마크 리우 회장은 지난해 TSMC에서의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이사회 멤버가 됐다.
린 작가는 "당시 모리스창 창업주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문경영인 후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낙선자들이 회사를 모두 떠나며 리더십이 약해졌다고 봤다"며 "그래서 공동 운영 체제를 구축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린 작가는 TSMC를 포함해 대만 IT 업계를 30년 이상 취재한 언론인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가 대만 D램 제조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일화를 엮은 책을 쓴 적도 있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경쟁적 차원에서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꼭 분리시켜야 한다"면서도 "삼성은 내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