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 김영준 기획자 “기획은 ‘의도’ 전달이 핵심…협업과 경험도 ‘중요’”
“모든 경험이 성공적이지 않고 실패도 있을 수 있지만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어떤 경험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넥슨코리아에서 ‘프로젝트 FR’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준 기획자는 25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에서 ‘내가 신입 기획자였을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신입 기획자와 기획자를 꿈꾸는 예비 게임인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전했다.
그는 강연에서 ▲의도를 가진 분석적인 게임 플레이 ▲기획 의도를 명확히 기입한 기획서 작성 ▲기존 콘텐츠의 분석과 재해석을 통한 기획 ▲타 부서와의 꾸준한 소통과 협업 ▲다양한 경험과 시도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프로젝트 FR’에서 기획자로 근무 중인 그는 지난 2018년 10월 넥슨코리아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테일즈위버’ 프로젝트에서 약 6년간 재직하며 전투 및 밸런스 기획을 주로 담당했다. 현재는 ‘프로젝트 FR’에서 캐릭터와 몬스터 기획를 담당 중이다.
그는 신입 시절 멘토에게 들었던 ‘게임을 많이 하라’는 조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게임을 많이 하라’는 조언은 단순히 게임을 많이 즐기라는 것보다는 의도를 갖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하라’는 말에 오히려 불안과 부담으로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게임을 접하며 ‘왜’라는 질문과 함께 분석을 더하며 게임을 즐기게 됐다”라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교하며 사고를 확장하고 분석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서 작성시 ‘기획 의도’를 명확히 표현할 것을 주문했다. 가령 12시간 동안만 경험치와 보상이 누적되는 시스템을 기획했을 때 의도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다면 이를 실제 구현하는 다른 개발자로부터 질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최소 하루 2회 이상 보상 획득을 위한 접속을 유도한다’라는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도 추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획은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구상하는 것이고 이를 다른 이에게 설득해야 한다”라며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획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도고 했다. 이미 있는 것을 참고해서 재해석하는 것도 훌륭한 기획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신 해당 콘텐츠를 잘 분석하고 이해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게임에 맞게 구성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유사 사례로 ‘원신’과 ‘젤다’, ‘P의 거짓’과 ‘블러드본’을 들기도 했다. 출시 전 유사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실제 결과물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해당 게임에 맞게 차별화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분석과 재해석 과정에서 명확한 명확한 기준과 이유를 부여해 레퍼런스 게임을 설정하고 가져올 핵심 시스템을 ‘왜’ 가져올지, ‘어떻게’ 가져올지 판단해야 한다”라며 “레퍼런스는 많은 기획자가 고민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고 검증된 것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것처럼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획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입 시절의 큰 착각은 기획서 작성과 전달이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시작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획서 전달 이후에도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일이 발생하고 기획서 자체가 완벽할 수 없기에 여러 수정이 될 수 있다. 기획자 본인도 뒤늦게 더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다. 또 같은 기획서를 보고도 서로 떠올리는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는 “소통을 잘하려면 게임 개발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존중과 배려가 깔린 대화를 하면 된다”라며 “또 다른 직군 분들의 말을 잘 듣고 기획 의도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대로 기획 의도를 헤치는 의견은 잘 거절해야 하고 이때도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설득하고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다양한 경험과 시도도 중요하다고 했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고 최악의 경험은 가장 훌륭한 수업이다’라는 말로 신입 기획자일수록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불필요해 보이는 경험도 나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실수도 다음에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이 기획을 꿈꾼 분 중에 3년간 QA 업무를 하시며 기획자의 꿈을 포기하셨다가 기획자가 된 분이 계신데 QA 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오히려 하이브리드형 기획자가 되셨다”라며 “나 역시 독서나 영화, 드라마 감상 취미가 자연스럽게 캐릭터나 세계관 기획에서 이해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컴퓨터 공학부를 다니던 시절 기획자로 진로를 결정한 이후 코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취업하고 나니 스크립트 형태의 업무를 하게 됐고 학교에서 배운 것이 배경지식이 됐다”라며 “지금은 필요 없다고 해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