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게임즈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 “레벨 디자이너는 이용자 경험의 설계자”
그레이게임즈의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2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에서 ‘오픈월드 레벨 디자인 시작하기’ 강연을 통해 오픈월드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위한 핵심 개념과 기법에 대한 본인의 방법론을 소개했다. 그는 ‘40초 규칙’을 설명하며 이용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지점 ‘POI(흥미 지점, Point Of Interest)’을 밀도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OI는 랜드마크와는 또 다른 이용자의 흥미를 이끄는 요소”라며 “저건 무엇일까, 저기는 어떤 곳일까 하는 흥미로움을 가지거나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성장을 위해 저길 가야한다거나 퀘스트 완료를 위해 어디로 가야할까 등 목적성도 가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디자이너는 지난 20년간 ‘컴뱃 암즈’, ‘크로노 오디세이’, ‘퍼스트 디센던트’ 등의 프로젝트에서 레벨 디자인과 게임 환경 구축을 담당해왔다. 현재는 그레이게임즈에서 ‘프로젝트 T’의 레벨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오픈월드 레벨 디자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와 관련해 단순히 넓은 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픈월드 게임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상 세계다. GTA 시리즈를 비롯해 ‘폴아웃3’,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엘든링’ 등의 오픈월드 게임이 굉장히 높은 비평적 점수와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이에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오픈월드를 표방한 게임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는 그 차이를 경험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레벨 다지인이 잘 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우선 ‘경험의 밀도’와 흥미 지점이다. 밀도에 맞게 흥미 지점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넓은 공간만이 존재하면 이용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그는 여기서 40초 규칙을 꺼내 들었다. ‘위처3’ 개발진이 기존에 인기 게임들을 연구하면서 수립한 규칙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40초 안에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실제로 검증한 결과도 최신작일수록 흥미 지점이 등장하는 간격이 40초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흥미 지점은 말 그대로 이용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이다. 몬스터가 될수도 있고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 마을이나 도시, 보물상자 등도 흥미 지점이 될 수 있다.
이런 흥미 지점은 대형, 중형, 소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형은 대도시와 성체, 거대 유적지 등이다. 게임 내에서 랜드마크나 이용자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배치될 수 있다. 중형은 광산이나 작은 마을 등과 같이 대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감이 있는 장소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소형은 캠프나 작은 유적, 오두막 같은 규모는 작지만 나름의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이런 흥미 지점을 거리에 따라 배치할 것은 조언했다. 가령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고려해 약 40초 정도의 거리마다 흥미 지점을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흥미 지점을 균일하게 배치하는 것도 굉장히 이상한 형태다.
그는 흥미 지점을 배치하는 방법의 하나로 ‘패턴 랭귀지’라는 건축 및 건설 관련 도서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도서에서는 대도시를 중앙에 배치하고 중형 도시는 좀 더 멀리 배치하고 소도시는 그 사이를 채우는 형태를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오픈월드의 구성도 대형 흥미 지점을 먼저 배치해 랜드마크를 설정하고 이후 그 사이를 중형, 다시 그 사이를 소형으로 배치해서 완성할 것을 조언했다. 이때도 40초 규칙을 고려해 이용자의 이동 속도와 거리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이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다시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라는 책을 소개하며 ‘거절과 보상’이라는 흥미 지점의 배치 방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건물과 마을 같은 흥미 지점이 한 번에 보일 경우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단순히 이동만 하게 돼 지루함을 느끼고 해당 공간도 작게 느껴진다. 기술적으로는 사물을 계속 표현하게 되면서 최적화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거절과 보상’이다. 랜드마크나 흥미 지점을 처음에 보여줬다가 가리고 다시 보여주는 식으로 ‘거절’했다가 ‘보상’을 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구조물이나 지형, S자 길, 높낮이 차이 등으로 시야를 차단해 흥미 지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기대감을 더하고 지루함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외에도 오픈월드 레벨 디자인을 시작하는 방법으로 완전한 상상, 완전한 현실, 현실 참고 등 3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상상으로 제작하는 경우 다소 비현실적인 공간이 나올 수 있고 현실 공간을 완전히 따오는 방식의 경우 다소 밀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현실 공간을 가져와도 맵 스케일을 줄여 밀도를 높이거나 다양한 인터랙션을 통해
이용자의 호평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다만 최근 게임은 현실을 참고해 창작을 더하는 형태가 많다고 한다.
또 실제 사례로 과거 참여했던 프로젝트인 ‘크로노 오디세이’에서 레벨 디자인을 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건축물의 1층 높이, 바닥 높이, 벽 두께 등 게임 특성에 맞춰 규격을 먼저 정하고 레벨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캐릭터의 키, 캐릭터의 넓이, 캐릭터의 점프 높이 등 기본 규격을 정하고 계단 높이, 벽의 높이 등 집을 설계하고 이후 더 큰 집, 탑, 마을, 도시, 성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구글 어스 등을 활용해 실제 현실의 공간을 참고해서 지형을 설계했다. 그가 선호하는 지역은 그리스라고 한다.
그는 “오픈월드는 넓기만 한 그런 월드가 아니다. 광활한 공간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단순한 이동일 뿐”이라며 “레벨 디자이너는 단순히 맵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여정, 감정, 선택지를 설계하는 경험의 설계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