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트 계획표’라는 것이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목표 한 가지를 중심으로 이를 이루기 위한 여덟 가지 세부 목표를 세우고, 다시 각각의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덟 가지씩의 실천 과제를 짜서 계획을 시각화하는 기법이다. 3×3 격자 모양 도표를 연꽃 피우듯 확장하는 방식이 불교의 만다라(mandala)와 비슷하다고 해 만다라트(mandal-art)라는 이름이 붙었다. 몇 년 전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작성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졌다.
실행 과제의 수 64개, 세계적인 운동선수의 트레이닝 플랜에 활용된 이 촘촘한 도표가 요즘 2030의 책상 한편에서 흔하게 보인다. 오타니 선수처럼 한 분야의 성공을 목표로 둔 것도 있지만 돈, 건강, 관계, 커리어, 퍼스널 브랜딩, 사회적 영향력 등 다방면의 성장을 이뤄낸 사람 자체를 핵심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셀프트레이닝에 가까운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는 목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생산성 도구가 ‘체계적인 열심’을 돕고,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는 매일의 회고와 챌린지의 기록이 빼곡히 쌓인다. 이 와중에 휴식과 취미 활동 계획도 빼놓지 않는다. ‘잘 쉬는 사람’도 인기 목표 중 하나다.
2021년 출간된 <요즘 애들>이라는 책의 헤드카피는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다. 부모 세대로부터 열심의 미덕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정작 어른이 돼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는 뿌린 만큼 정직히 거두기 어려운 밀레니얼세대의 번아웃을 집중 조명했다. 이 책의 모든 시대 유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애들의 열심과 노력이 이전 세대의 그것에 비해 단선적이지 않다는 시각에 공감한다.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다던 시대에서 공부든 뭐든 하나만 잘하라던 시대를 지나 오늘 중요한 것이 내일 당장 사라질지 모를 시대가 되면서 요즘 애들은 일단 최소한 못 하는 것은 없는 다각형 인재로 스스로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기 계발의 모습을 한 전방위적 생존 노력이다.
노력은 시대의 불안을 비춘다. 이전 세대의 불안이 풍요가 없는 현재에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물질과 기회가 늘어난 요즘 세대의 불안은 아무리 현재라는 값을 치러도 풍요가 담보되지 않는 미래에 있다. 베이비부머 부모 밑에서 자라 X세대(1965년~1980년대 초반 출생자) 상사를 모시고 Z세대(1997~2012년 출생자) 팀원과 함께 일하는 밀레니얼세대로서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세대도 삶에 열심이지 않은 세대는 없다는 것이다.
노력이 쉽게 흩어지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누가 더 힘든 세상을 살았는가, 혹은 살고 있는가에 대한 주장보다는 각자의 세상에서 최선을 다한 그 시대의 요즘 애들에 대한 이해다. 수첩에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새해 다짐이건 클라우드 메모장을 채워 만든 만다라트 계획표건 더 나은 내일을 살고자 하는 마음은 한가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