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14)] 이앤에스헬스케어 “혈액 기반 유방암 진단 정확도 '세계 최고'…글로벌 펨테크 헬스케어 기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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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14)] 이앤에스헬스케어 “혈액 기반 유방암 진단 정확도 ‘세계 최고’…글로벌 펨테크 헬스케어 기업 되겠다”

"여성에게 특이적인 암이나 감염성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과 제품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습니다."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는 최근 대전 둔곡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는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설립 12년차인 이 회사는 펨테크(FemTech) 전문 헬스케어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육아 같은 문제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여성 생애 주기 전반의 생물학적, 생리학적, 병리학적 현상을 통합적으로 예측, 관리, 진단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유방암과 난소암 진단키트, 질염 진단키트, 여성 환자가 많은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키트 등을 개발 중이다. 서 대표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정부 R&D사업 참여했다가 창업 길

서 대표는 제넥신 창업자인 성영철 전 회장과 연세대 생화학과 동기동창이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생리생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1995년 배재대 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교단을 지키던 서 대표가 창업에 눈을 뜬 것은 정부 주도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산업부가 주도한 시장선도형 분자세포진단제 개발 사업단에서 대전 지역 책임자를 맡았다. 진단에 필요한 바이오마커 발굴이 주요 연구과제였던 이 사업단에는 산·학·연·관·병원이 참여했다. 정부 지원금 규모는 120억원이었다.

서 대표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사업단을 꾸리고 실험실, 기업, 대학이 모두 모여 작은 클러스터를 형성했다"며 "정보 교류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최종 성과물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 사업단에는 바이오니아, 지노믹트리, 와이바이오로직스, 프로티아 등 대전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들도 참여했다. 이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지노믹트리는 위암 진단키트, 바이오니아는 호흡기 감염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서 서 대표가 주도한 배재대 연구팀의 성과물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바로 유방암 바이오마커였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액체생검 기반 유방암 진단 기술이라는 자신감에 서 대표는 2013년 11월 이앤에스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사업단이 해산하고 5개월 뒤였다.

"혈액으로 유방암 사전진단…정확도 98%"

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제품은 이미 국내외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유방암 진단은 예외다. 예후진단 제품은 상용화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액체생검 기반의 조기진단 또는 모니터링용 진단제품은 아직 없다.

다른 암종에 비해 유방암에서 혈액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기술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민감도는 양성을, 특이도는 음성을 잘 판별하느냐를 보여주는 잣대다. 생체생검 대표주자인 미국 그레일의 암 진단제품 '갤러리(Galleri)'는 50종의 암 조기진단과 스크리닝에 쓰지만 유방암은 예외다. 갤러리의 유방암 민감도는 3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앤에스헬스케어의 유방암 진단키트인 'DxMe BC'는 민감도가 96.4%, 특이도는 97.3%다. 충남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건양대병원 등에서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확증임상에서 나온 결과다. 서 대표는 "유방암 여부를 98.5%의 정확도로 잡아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임상이었다"고 했다.

DxMe BC의 진단 정확도는 보편적인 유방암 영상진단법인 유방촬영술(Mammography) 보다 앞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방촬영술은 아시아 여성들에게 흔한 치밀유방의 경우 70~90% 수준인 민감도가 50~60%로 낮아진다. 유방 조직이 조밀해 X선 투과율이 떨어지는 탓이다. 서 대표는 "유방촬영술과 DxMe BC를 병행했을 때 검사정확도는 99.5%까지 높아진다"며 "유방암 조기진단도 액체생검 기반으로 간편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DxMe BC가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 기존 유방촬영술의 보완 또는 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xMe BC를 통한 유방암 진단이 유방촬영술 보다 값싼데다 빠르게 진단결과를 알 수 있어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유방촬영술 검사비가 300~500달러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보험사들이 45세 이상 가입자에게만 1년에 한 차례 검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개도국에선 유방촬영술의 진단비가 비쌀 뿐 아니라 검사장비도 태부족이다. 서 대표는 "DxMe BC 진단비용은 유방촬영술의 10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저렴한 비용으로 유방암 위험 요소가 높은 여성을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유방암은 여성암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암이다. 전 세계 여성암의 25%가 유방암이다. 유방암 판정을 받는 환자는 한해 23만명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유방암 진단시장 규모가 적지 않다. 선별검사 시장은 매년 6조~7조원, 모니터링 시장은 6000억원, 조기진단 시장은 2조~3조원으로 추산된다.

"유방암 특이 바이오마커 세계 첫 발견"

DxMe BC의 바이오마커는 'Trx1'이라는 단백질이다. 사업단에 참여한 배재대팀이 새로운 용도로 찾아낸 바이오마커다. 배재대팀은 항산화 단백질 20여개를 모아서 여러 암에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그러다가 그 중 하나가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Trx1이었다. 서 대표는 "Trx1은 이미 알려진 단백질이었지만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걸 밝혀낸 것은 배재대팀이 처음이었다"며 "조직이 아닌 혈액에서 Trx1의 양을 정확히 측정한 것도 우리가 첫 사례였다"고 했다.

Trx1은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물질이다. 유방암 세포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Trx1을 분비한다.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세포 내에 활성산소가 많이 존재한다. 지방조직이 많은 유방의 특성 상 혈관 분포가 원활하지 않아 암세포가 세포외기질(ECM)을 분해해서 영양소와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다량 발생한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대사과정에서도 활성산소가 늘어난다.

활성산소는 세포막과 유전자 등을 깨뜨린다. 암세포도 활성산소가 늘어나면 타격을 입게 된다. 서 대표는 "암세포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기작으로 Trx1을 방출한다"며 "정상 유방 조직에도 Trx1가 미량 존재하지만 유방암에는 Trx1이 6~7배 더 많다"고 했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Trx1 기반의 유방암 진단 특허를 등록했다. Trx1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특허도 확보했다. 서 대표는 "Trx1을 유방암과 난소암 진단용 마커로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특허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장비도 자동화했다. 한번에 88명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장비 가격도 경쟁 해외 제품의 절반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발을 완료했다.

"국내선 8년째 품목허가 대기 중…해외에선 올해부터 매출 본격화"

이앤에스헬스케어가 DxMe BC 시제품을 처음 만든 건 2017년이다. 공정 기술 개발 경험이 없다보니 공정을 표준화하고 최적화하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어렵사리 DxMe BC를 개발했지만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과 허가 심사만 8년째 받고 있다. 식약처의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바뀌면서 임상 진입까지 2년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 대표는 "DxMe BC가 유방촬영술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는데도 보조진단용으로 허가를 받는 것조차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상황"이라며 "지금같은 심사방식으로는 세계 최초 제품이 한국에서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DxMe BC의 품목허가를 해외에서 먼저 받아냈다. 유럽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세르비아 등에서 정식허가를 받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조건부허가를 받았다.

해외에선 DxMe BC의 상용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에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올해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뉴질랜드 파트너사인 프랭클린병원이 오는 10월께 이앤에스헬스케어뉴질랜드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뉴질랜드 현지 병의원은 물론 조달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뉴질랜드 파트너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서 유방암과 난소암 진단키트의 현지 임상을 하기로 했다"며 "이르면 연내 임상을 마치고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랭크린병원이 영국 호주 등 영연방 지역의 DxMe BC 판권을 요구할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집트 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신속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데 올해 중 현지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집트는 매년 700만~800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촬영술을 실시하고 있는데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에 보급된 유방촬영술 장비는 100대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서 대표는 "이집트에서만 4000만건 이상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UAE, 말레이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등에도 진출을 추진 중이다. UAE에서는 로얄그룹 자회사인 애드칸파마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임상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시장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파트너 선정을 위해 네 곳과 협의 중이다. 미국에서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클리아랩에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추후 임상을 거쳐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K바이오 뉴프런티어 (14)] 이앤에스헬스케어 “혈액 기반 유방암 진단 정확도 ‘세계 최고’…글로벌 펨테크 헬스케어 기업 되겠다”

"난소암 등 여성 질환 진단으로 확장"

이앤에스헬스케어는 난소암 진단키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난소암은 여성암 가운데 사망률 1위 암이다. 발병률 1위인 유방암 보다 더 치명적이다. 생리통 복통 등이 초기 증상이어서 진단이 늦은 탓이다. 대부분 3기 또는 말기에 발견된다. 5년 생존률은 30% 이하다. 영상진단과 조직검사로 진단한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충남대병원 산부인과에서 혈액 기반 난소암 진단키트 'DxMe OC'의 탐색임상을 완료했다. CA125와 HE4 단백질 수치를 보는 ROMA 알고리즘 검사법 대비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게 나왔다. ROMA의 경우 폐경전 환자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42.9%와 94.2%였고 폐경후 환자는 61%와 100%였다. 그러나 DxMe OC는 민감도가 78.7%, 특이도가 88.7%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서 대표는 "DxMe OC는 연령, 폐경 여부, 병기에 무관하게 난소암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자궁내막증 진단키트, 여성 환자 비중이 높은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키트 등도 개발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환자의 면역력을 평가할 수 있는 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유방암 유무만 알려주는 신속진단키트는 개발을 마쳤다. 서 대표는 "유방암 신속진단키트도 뉴질랜드 파트너사가 현지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엔에스헬스케어는 기존 플라스틱 진단키트를 대체할 종이 진단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하나의 샘플에서 원인균을 최대 4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원인균이 발견되면 종이에 띠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서 대표는 "종이 진단키트는 세계적으로 연구 단계에 있는 기술"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해서 상용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매출 본격화…1~2년 뒤 IPO"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질랜드 이집트 등 해외에서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해외매출은 올해 35억원, 내년 90억원, 2027년 153억원, 2028년 244억원, 2029년 408억원으로 매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서도 품목허가가 나오면 5년내 연매출이 최소 7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기는 매출 성장세를 감안해 확정할 계획이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1~2년 뒤 기술성평가를 받아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앤에스헬스케어는 지금까지 17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현재 시리즈C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서 대표는 "뉴질랜드 파트너사가 투자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진단제품의 임상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여성 특이적 암, 감염성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특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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