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평=연합뉴스) 권훈 기자 = 1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3년 만에 통산 2승 고지에 오른 정윤지는 TV 방송 인터뷰 도중 우승 소감을 적은 쪽지를 꺼내 읽었다.
이번 우승은 2022년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후 3년 만이다.
정윤지는 "(3년 동안 우승 없는) 나를 지켜보며 힘들어하면서도 괜찮은 척했던 부모님과 언니에게 감사한다"는 대목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는 "사실 이 우승 소감 쪽지는 오늘 새벽 5시 조금 넘어서 썼다"고 털어놨다.
우승에 이르지 못했다면 영영 읽지 못했을 쪽지다.
정윤지는 "평소에 긴장도 많이 하고 불안도가 높은 편이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잠을 거의 못 잤다.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깼을 때 평소에 쓰는 일지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우승 소감을 썼다"고 설명했다.
첫날부터 나선 선두 자리를 사흘 내내 놓치지 않고 우승을 달성한 정윤지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라는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면서 "말로만 듣고, 꿈으로만 여겼고, 하고 싶다고만 생각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뤄 너무 가쁘다. 내 플레이에 100점을 주고 싶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KLPGA투어에서 누구보다 샷이 정확한 정윤지는 그동안 하위권인 퍼팅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퍼팅 부문 이득 타수가 전체 6위에 오를 만큼 달라졌다.
정윤지도 "샷도 샷이지만 퍼팅이 원하는 만큼 잘 됐다"고 우승의 원동력으로 퍼팅을 꼽았다.
정윤지는 "그동안 훈련을 하면 샷과 퍼팅 비중이 80대20이었다. 올해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자각하고 50대50으로 퍼팅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좋아지는 줄 몰랐다. 정말 연습한다고 좋아지는 거 맞냐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는 정윤지는 "내가 퍼팅할 때 머리가 많이 움직이더라. 머리 고정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퍼팅 연습 시간을 늘린 데다 지난 대회 때부터 그립을 잡을 때 왼손을 아래로 내리는 역그립으로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정윤지는 "역그립이 정렬도 더 좋게 나오고 머리 움직임도 줄고 손으로 급하게 치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어깨 움직임으로 치게 되더라"고 역그립의 장점을 강조했다.
3월 말부터는 100m 이내 쇼트게임 훈련에도 정성을 쏟았다.
정윤지는 "2022년 이후 항상 시즌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올해는 꾸준히 상위권에 들어가자는 걸 목표로 세웠다. 그동안 우승 없이도 꾸준하게 친 결과 상금 20위 내에 들었기에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승 없는 3년 동안 나를 너무 괴롭혔다. 우승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서도 "이제 우승을 한번 했으니 우승 한 번 더 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4타차 선두로 시작했던 정윤지는 "넉넉한 타수 차로 시작해서 긴장감 속에서도 조금 부담은 덜 했다. 걱정을 덜 했던 것 같다"면서 "18번 홀 우승 퍼트는 못 넣으면 연장 가겠다고 하는 생각에 꼭 넣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3년 전 (첫 우승 때) 연장전에서 꼭 넣어야 할 퍼트 넣었던 걸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어버이날에 어머나 생신, 부모님 결혼기념일까지 다 겹친 5월, 선물 대신 '우승 선물할게'라고 큰소리쳤다는 정윤지는 "조금 늦었지만, 약속을 지켰다. (우승 상금으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사드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kho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01일 17시5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