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EMA도 혀 내두른' 삼성바이오의 임상기간 단축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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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가를 책임진 정병인 상무(왼쪽·RA팀장)와 임상을 주도한 홍일선 상무(PE팀장)가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인허가와 임상 경쟁력에 관해 말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가를 책임진 정병인 상무(왼쪽·RA팀장)와 임상을 주도한 홍일선 상무(PE팀장)가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인허가와 임상 경쟁력에 관해 말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임상 기간을 미국 암젠, 스위스 산도스 등 경쟁사보다 최대 1년 이상 단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 임상 환자 모집에서 앞서간 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월 미국과 유럽에서 골 질환 치료제인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 제품 두 종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서 10종, 유럽에서 11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받아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의 허가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FDA도 혀 내두른 삼성의 임상 속도

“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떻게 한 달 만에 제출할 수 있죠? 우리 지금 휴가 가야 하는데….”

지난해 여름 FDA와 EMA 등 의약품 규제 당국 심사관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같이 말하며 혀를 내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100~200개 추가 자료를 요청했는데 한 달 만에 모든 답변이 돌아오자 삼성의 속도에 놀란 것이다. 보통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신규 약물 품목 허가를 받을 땐 안전성, 효능 등을 입증할 추가 분석 자료를 규제당국으로부터 요청받는다. 추가 임상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기간을 한 달여로 줄여 업계와 당국을 놀라게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허가를 책임진 정병인 상무(RA팀장)는 “FDA, EMA에서 추가로 나올 만한 질문을 예측해 준비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빈틈없는 임상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약물 개발 속도를 앞당긴 비결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임상을 주도한 홍일선 상무(PE팀장)는 “데이터 기반 임상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세계 약 700개 임상시험 병원에 적용해 글로벌 임상 경험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임상 3상 기간은 경쟁사보다 2개월에서 15개월가량 빨랐다. 희소성 혈액·신장 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 기간이 약 27개월로 경쟁 업체인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42개월)의 절반 수준이었다. 삼성이 암젠보다 6개월 늦게 임상 절차에 들어가고도 9개월 앞서 완료한 것이다.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삼성이 임상에 21개월 걸렸고 암젠이 32개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산도스가 24개월 소요됐다.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 역시 산도스가 34개월 걸린 임상을 삼성은 26개월 만에 끝냈다. 홍 상무는 “임상이 빨랐다는 것은 최적의 비용 투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냈다는 것과 빠른 출시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 능력 亞 최고 수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도 최선두를 달린다. 지난해 1분기 글로벌 임상 1상과 3상에 세계 최초로 들어가 암젠과 산도스를 제치고 임상 개발 선두 주자가 됐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임상 1상을, 2027년 3월까지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매출 35조원인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엔 현재까지 세계 제약·바이오기업 6곳이 뛰어들어 임상 환자 모집 경쟁이 치열하다. 임상 1상은 초기 암 환자, 3상은 말기 암 환자 대상이다. 홍 상무는 “미국과 유럽의 유명 병원엔 전 세계 바이오기업이 키트루다 임상 환자를 구하려고 줄을 서 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가 의사들 입소문을 타고 호평받으며 환자 모집이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현지 의료진이 삼성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릴레이로 추천하고 SNS에 홍보해 환자 모집이 조기에 마감됐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상과 3상을 스페인 독일 폴란드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상 능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미국과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세계에서 30여 개 임상 경험을 갖춘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 홍 상무는 “임상이 빨랐다는 것은 임상에서 사고나 실패가 없었고 임상 디자인, 환자 모집, 임상 과정에서 그 어떤 실수도 없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된 지 13년밖에 안 됐지만 경험과 역량,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업력이 오래된 미국과 유럽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며 “바이오시밀러업계에서 삼성의 위상이 전자제품과 반도체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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