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산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일부터 닷새간 방한 일정 동안 그야말로 인공지능(AI)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정보기술(IT)·제조업 전반에 AI 'DNA'를 심는 것을 골자로,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이 시작됐다.
우리 산업에는 기회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솔루션 기업인 엔비디아와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의 발 빠른, 고도화된 AI 전환(AX)이 기대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엔비디아 '의존성'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AI 분야 세계 최고 기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엔비디아와 협업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우리나라 AI 생태계 자체가 엔비디아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배경을 보자.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엔비디아 자체 하드웨어 역량도 우수했지만, 무엇보다 '쿠다(CUD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다는 엔비디아 독점적 개발 플랫폼으로, 엔비디아 GPU를 사용해야 AI를 구현할 수 있다. 2006년부터 구축된 쿠다 생태계 때문에 전 세계 AI 개발이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산업계와 엔비디아의 AI 협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도입해 AX 속도를 높일 수 있고 AI 저변을 넓힐 수 있지만,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 조성이 불가피하다. 황 CEO가 '선물'이라고 칭한 엔비디아 제품을 기반으로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한국 AI 생태계에서 철옹성을 쌓을수록 우리 독자 기술은 높은 진입 장벽을 만난다. AI 반도체 칩부터 시작해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AI' 국산화가 묘연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종속성은 독이 될 수 있다.
협업과 동시에 우리나라 AI 기술의 토양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 AI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황 CEO의 선물은 '황금 족쇄'가 될 수 있다.
권동준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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