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트럼프와 조기대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6/01/news-p.v1.20250601.2420433ff7534a92b6b75a53f8fd46de_P1.jpg)
트럼프와 조기대선.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을 꼽자면 두 단어로 압축될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관세를 무기로 세계 각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자동차에 부과한 25% 품목 관세와 그 외 제품에 적용한 상호관세는 미국을 핵심 수출 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품목 관세를 50%까지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으로 우리 철강업계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관세 협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완화,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등과 관련한 비관세장벽 완화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 같이 민감한 주제로 향후 큰 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이런 와중에 수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출은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미·중 시장에서의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미·중 시장 수출 감소율만 각각 8.1%, 8.4%에 이른다. 핵심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온몸으로 맞았다. 대중 수출 감소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인과 관계를 찾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간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엄중하다.
트럼프발(發) 퍼펙트스톰의 영향력이 거세지는 그야말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우리나라는 3일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새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곧바로 국정을 시작한다. 그간의 공백을 빠르게 메워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동시에 트럼프라는 강력한 상대까지 마주해야 한다.
첫 시험대가 한미 관세 협상이다. 양국이 정한 데드라인은 7월 8일이다. 그때까지 이른바 '줄라이패키지'를 도출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별로 없다. 새 정부와 미국 고위급간 협상이 가능한 횟수는 많아 봐야 한두 번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이 향후 한국에 대한 통상 정책, 나아가 양국 정부의 관계 설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불문가지다.
누군가는 어깨가 무거운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통령이 운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기회이기도 하다. 변별력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능력에서 갈린다. 한미 협상이라는 난제를 풀면 새정부는 어느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라는 단어가 불확실성과 동의어로 쓰이는 지금, 위기를 기회로 삼아 확실성을 찾고 키워 나가는 것이 새정부의 역할이다. 그 출발선이 한미 협상이 될 것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