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일론 머스크 재단이 후원한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XPRIZE Carbon Removal)' 대회에서 역사적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1억 달러(약 1300억 원)라는 천문학적 상금의 영예는 현무암 돌가루를 활용해 토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가속 풍화(Accelerated Weathering)' 기술이 차지했다. 기술의 핵심은 우리 발아래 널려 있으면서도 간과해 온 '토양'이 지닌 자연의 힘을 과학적으로 증폭시킨 데 있었다.
그러나 이 획기적 성과는 동시에 우리가 수십 년간 방치해 온 도시의 어두운 현실을 드러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토양의 숨통을 조여왔고, 결국 지구의 생명력을 서서히 약화시켰다. '가속 풍화'가 제시한 미래의 희망과, 무분별한 포장으로 인해 숨죽인 토양의 현재가 대비되면서, 인류는 이제 자연과 공존할 지혜를 절실히 요구받고 있다.
◇자연이 선사한 탄소 포집 기술, '풍화작용'의 과학
우승팀 마티카본(Mati Carbon)의 기술은 놀랍도록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이다. 잘게 분쇄한 현무암 가루를 농경지에 뿌리는 것, 이 단순한 방법이 토양의 풍화 작용을 가속화해 탄소를 영구히 포집하는 열쇠가 된다. 현무암에 풍부한 마그네슘과 칼슘이 빗물의 탄산과 만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생성된 탄산칼슘 및 탄산마그네슘 등이 탄소를 안정적으로 가둔다.
이 기술의 진정한 의미는 토양이 원래 지닌 놀라운 능력을 재발견했다는 점이다. 사실 현무암 가루 없이도 토양은 자체적으로 탄소를 포집한다. 흙 속 칼슘·마그네슘 등이 물과 반응하며 서서히 풍화되는 자연의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물'이다.
2월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 D사의 고성능 투수블록(KS 기준 10배 투수성)과 일반 불투수블록의 토양을 비교 분석한 결과, 투수블록 하부 토양의 탄소 함량(3.0019%)이 불투수블록(0.6931%)보다 약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투수성 재료가 토양의 탄소 포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한다. 연구팀의 실험은 풍화 작용의 핵심이 토양이 물과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를 뒤덮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바로 이 생명의 순환을 차단하고 있다. 위 실험과 마티카본의 기술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가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공간만 마련해준다면, 토양은 가장 효율적인 탄소 감축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의 사막화: 숨 막히는 땅, 잃어버린 탄소 흡수 능력
서울의 땅이 사막화되어가고, 죽어가고 있다. 환경부의 환경공간정보서비스 토지피복지도 지난 해 기준 서울시의 52.96%가 불투수층으로 뒤덮여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도시의 절반에 가까운 땅이 더 이상 생명의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물은 차갑고 단단한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토양으로 스며들 기회도 없이 하수구로 직행한다. 결과는? 메마른 토양, 건조해진 공기, 그리고 점차 사막으로 변해가는 도시 풍경이다.
도시 사막화는 단순히 열섬 현상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넘어선다.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토양이 지닌 천연의 '탄소 포집 시스템'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자연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풍화 작용(빗물이 토양의 미네랄과 반응하며 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이 도시에서는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도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되어버렸다.
도시 사막화는 이제 더 이상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이 늘어날수록 지구는 점점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우리가 마주한 진실은 명확하다. 도시의 회색 지배를 끝내지 않으면, 기후 위기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온난화 희망, 도시 물 순환의 회복
물 순환 회복을 위해서는 그린인프라가 필수다. 미국 환경부는 자연적인 물의 흡수, 증발, 재활용의 선순환 과정에 가깝게 만드는 기술과 정책을 그린인프라로 정의하고, 기존의 홍수터, 도시숲 같은 전통적인 그린인프라 요소 뿐만 아니라 옥상녹화, 빗물정원, 식생수로, 나무상자 필터, 투수성 도로시설, 빗물저장통 등의 기법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콘크리트 장막을 걷어내고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필요한 아스팔트를 투수성 재료의 포장으로 대체하고, 도시 곳곳에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시작이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 지하수는 보충되고, 토양은 풍화 작용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는 자연의 기적을 일으킨다. 우리는 불필요한 아스팔트 포장을 투수성 재료로 전환하고, 공원·가로수·옥상정원 등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혁신적인 도시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제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축 규정에 투수성 포장 비율을 의무화하고, 신규 개발 사업에 녹지 면적 기준을 강화하며, 기존 콘크리트 지반을 단계적으로 해체하는 과감한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경고하듯, 만약 전 세계 도시의 불투수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2050년까지 추가적인 지구 온도 상승을 0.5℃ 이상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땅이 숨 쉬게 할 때만이 도시도, 지구도 진정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범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junbeum.kim@gmail.com
〈필자〉프랑스 3대 공과대학 중 하나인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1976년 설립된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제27대 회장, 2022년 유럽-한국 과학기술 콘퍼런스(EKC) 총회 의장, 현재는 SDX탄소감축인증센터장,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EEEA) 회장직도 맡고 있다. EEEA는 유럽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기업, 연구소, 학교에서 근무·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김 회장은 EEEA 수장으로써 최근 유럽과 한국의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과 과제 발굴,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세계 최대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유레카 및 유로스타3의 평가위원(IEP)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