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40〉지방 중소기업의 AX 전환: 시니어+청년 융합형 인력양성이 해법이다

1 month ago 12
윤석용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윤석용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의 과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경제.산업뿐 아니라 인구 구조와 일자리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인공지능(AI)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 중소기업 디지털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94.6%가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국가 혁신 역량을 제약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정부는 그동안 석·박사 과정의 고급 인재와 청년 전문인력양성에 집중해 왔다. 이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기반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재들은 대부분 수도권의 대기업이나 연구소로 진출하며, 지역 중소기업은 보상 체계나 근무 여건상 이들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고급 인재 양성 정책은 장기적 기반으로는 중요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의 가시적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현실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 해법이 바로 시니어-청년 융합형 인재 모델이다. 은퇴한 현업 전문가는 수십 년간의 산업 경험과 도메인 지식을 제공하여 현장의 맥락을 이해시키고, 청년 인재는 데이터와 AI 활용 역량을 더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역 대학은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수요를 발굴하고, 교육·연구 역량을 통해 청년을 체계적으로 준비시키며, 시니어의 경험을 제도적으로 환원하는 플랫폼이 된다. 지역 중소기업은 실제 현안을 제공하고, 프로젝트 결과를 현장에 적용해 성과 혁신의 거점이 된다. 시니어의 지혜와 청년의 기술, 대학의 중재 기능, 기업의 현장 수요가 연결되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고급 연구 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전략이라면, 이 협력형 모델은 지역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효과를 내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 사례는 이러한 접근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타당함을 보여준다. 독일은 Senior Expert Service(SES)로 은퇴 전문가를 중소기업 현장에 파견해 수만 건의 혁신 과제를 수행했고, '이원교육(Dual System)'을 통해 청년 취업률 90% 이상을 달성했다. 일본은 '모노즈쿠리 마이스터'를 통해 은퇴 숙련자를 기업·학교에 파견, 생산성 향상과 기술 계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영국의 'Knowledge Transfer Partnerships(KTP)'는 대학-기업-졸업생 협력으로 10년간 약 3조~4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고용 성과도 거뒀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연결이 절실하다. 은퇴한 현업 전문가는 활용되지 못하고, 청년은 역량을 갖추고도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청년의 45% 이상이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를 택한다'라고 답했으며, 전국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따라서 지역 대학을 거점으로 시니어와 청년을 연결하는 모델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축이다. 대학은 플랫폼, 시니어는 경험, 청년은 기술, 기업은 변화의 현장이 되어 함께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청년은 지역에 정착하며, 은퇴 전문가는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과 지속성이다. 단발성이 아니라 정책적·재정적 뒷받침 속에서 장기적으로 운영될 때만 국가 전략으로 의미를 갖는다. 한국형 시니어-청년 협력 모델은 데이터·AI 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오늘의 제도가 내일의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의 시점이다.

윤석용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 icanibe@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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