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 학술대회(HIMSS 2025)' 메인홀 단상에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이 올랐다. 미래 의료의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아 의료기관 디지털 혁신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HIMSS가 매년 개최하는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 의료 정보기술(IT) 행사다. 매년 봄마다 에픽(Epic), 필립스 등 의료기기 회사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IT 기업들이 행사장에 집결한다. 세계 각국의 의료 관련 전문가만 3만명 넘게 참여한다.
이 행사의 기조연설을 아시아 의료기관장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미래 의료의 방향을 주제로 삼성서울병원의 디지털 혁신 과정을 소개했다.
이번 기조연설은 HIMSS 측이 삼성서울병원에 요청해 성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처음으로 HIMSS가 인증한 디지털 혁신 평가 6개 분야 중 4개 분야에서 최고 단계(7단계)를 달성했다. 디지털헬스지표(DHI) 조사에선 400점 만점을 받았다. HIMSS가 디지털전환(DX) 성공모델로 삼성서울병원을 지목한 배경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 때부터 디지털 인프라를 강조했다. 단상에 올라 박 원장은 한국 의료IT가 한단계 성장하는 변곡점마다 삼성서울병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삼성서울병원은 1996년 아시아 처음으로 필름 없는 병원을 선언하고 영상 차트 등을 전산화했다. 1998년 병원끼리 연결해 상호 운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교환시스템을 한국 의료기관 중엔 처음으로 도입했다. 2003년 모바일 전산화의무기록(EMR)을 도입하고 2008년 종이 없는 병원으로 전환했다.
이날 발표에서 박 원장은 의료진과 환자, 수많은 내원객이 연결된 병원을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끊임없이 개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일찌감치 차세대 EMR '다윈'을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원장은 디지털헬스 분야 가파른 기술 발전이 새 변곡점이 돼 의료의 모습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서 기록 등 의료진들의 반복 업무와 단순 노동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의료진은 의료 본질에 더 충실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작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환자 여정을 함께 하는 소셜로봇, 메타버스 등을 도입해 새 잠재력을 찾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환자가 만든 건강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플랫폼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하는 사람들이고, 모두에게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며 "우리 모두 협업과 혁신의 문화를 담아 변혁의 여정을 시작해 미래로 함께 가자"는 말로 이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