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8.26 14:11
전체 공급망 연결되는 하이퍼 오토메이션 강화
단순 스마트팩토리 넘어 생태계 전체 변화 필요

“자동차가 성공하려면 좋은 차만으로는 안 됩니다. 고속도로, 주유소, 신호등, 운전면허 제도, 사람들의 인식까지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제조업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도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2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조업 AI 대전환, 韓 AI 강국 로드맵’ 세미나에서 제조업 AI의 핵심을 자동차 산업에 빗대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기술만 가지고는 안 되고, 데이터·인재·조직·프로세스·문화가 모두 결합될 때 제조업에서 AI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실제로 AI를 어디에 활용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하고, 현장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세미나는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AI민간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정책학회가 주관했다.
◇ 공장 안은 어두워지지만 밖은 더 밝아진다
제조업 AI의 발전 방향도 단순히 공장 내부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정 책임연구원은 ‘다크팩토리(Dark Factory)’ 개념을 소개하며 “공장은 어두워지지만 공장 밖은 오히려 더 밝아지는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다크팩토리는 사람 없이 운영되는 무인 공장으로 ‘라이트 아웃 팩토리’라고도 불린다. 조명이나 냉난방이 불필요해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 실제로 일본의 한 화학공장은 30일간 인간 개입 없이 운영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창원 LG 스마트파크가 냉장고 1대를 13초 만에 생산하고, 현대자동차가 싱가포르에서 100% 자율화 공장을 운영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진짜 변화는 공장 밖에서 일어난다. 그는 “최근 제조업은 전체 공급망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하이퍼 오토메이션 팩토리’로 발전하고 있다”며 “단순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 각국 경쟁 격화…중국이 특허 출원 압도적 우위
제조업 AI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정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생성형 AI 특허 출원 수에서 중국이 3만8000개로 미국(6000여개)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결과, 현재 AI 기업 4500개와 AI 인프라 센터 250개를 구축했다. KISTI 분석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상위급 논문에서도 10개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으로 자국 생산 기반 구축에 나섰으며, 최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4년간 700조원을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100조원 AI 투자 계획의 7배 규모다. 유럽연합은 기존 ‘인더스트리 4.0’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중심의 ‘인더스트리 5.0’을 추진 중이다.
◇ MZ세대 소통 단절도 AI로 해결
흥미로운 활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MZ세대는 선배에게 질문을 잘 하지 않고, 선배들도 먼저 알려주지 않는 소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AI로 지식 전달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제조업에서 부족한 결함 데이터나 사고 데이터를 생성형 AI로 만들어 학습 데이터를 확충하는 ‘합성 데이터’ 활용도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은 이미 잘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역량부터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기술 도입보다는 왜 필요한지, 어디에 쓸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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