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 이후 미국에 ‘올인’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수 퀀텀프라임벤처스 대표(사진)는 “실리콘밸리에서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한국에서 해온 서비스를 그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스타트업이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23년째 창업과 벤처투자 경험을 쌓은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인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시초 격인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미국 법인 근무를 계기로 2000년 처음 실리콘밸리와 인연을 맺었다. 2009년 에드테크기업 브라이트스톰을 창업했고, 2017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을 잇는 크로스보더 VC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에서 매니징파트너로 활동했다. 지난해 9월부터 퀀텀벤처스코리아의 미국 법인 퀀텀프라임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에 아예 창업 초기부터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직접 부딪치고 여러 사람을 만나야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5년 이상 주전으로 뛴 한국인이 10명이 채 안 되는 것처럼 한인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확률은 단 5%밖에 안 된다”면서도 “미래의 추신수·박찬호가 될 수 있는 창업자라면 미국에서 먼저 도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새로 조성한 펀드는 AI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잠재력이 보이는 한국 또는 현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목표를 뒀다. 그는 ‘어떤 가설을 갖고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한 끝에 “펀드를 모으는 중에도 계속 바뀐다”고 털어놨다. AI 도구가 그만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판 구조론’(지구 표면의 암석권이 이동해 대륙 구조가 변화한다는 학설)처럼 AI가 스타트업 지각을 끊임없이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생각하는 불변의 투자 지론은 “결국 사람, 즉 창업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미식축구의 야전사령관인 ‘쿼터백’에 비유했다. 그는 “쿼터백은 전체 경기를 조율하기에 단순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력과 전략 수행 능력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창업자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3년 경험을 바탕으로 수치로 보이지 않는 창업자의 역량까지 파악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춰 VC도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2010년대 실리콘밸리 주류가 반도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바뀌면서 많은 반도체 VC가 몰락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수직적으로 각 영역에 특화한 AI 서비스 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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