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 해 처리하는 청구 급여는 약 15억 건(2023년 기준)에 달한다. 피부양자의 자격을 관리하고, 보험료 등 징수금을 부과하며, 보험급여를 관리하는 등 각종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은 대략 1000명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많지만, 부정 수급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효율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건보공단이 올해 AI 전문 인력을 뽑기로 한 배경이다. 이를 위해 건보공단은 ‘AI, 정보기술(IT), 컴퓨터공학, 컴퓨터과학, 데이터 등 석사학위 소지자로 AI 관련 분야 실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자’를 자격 요건으로 정하고 여기에 국내 최초 AI 활용능력 검정시험인 AICE(에이스)를 채용 우대 요건에 추가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원자의 AI 활용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자격사항을 검토하다가 유일한 국가공인 AI 검정시험인 AICE 어소시에이트 취득 여부를 채용 우대항목으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AI로 효율 꾀하는 공공기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공공기관의 AI 도입이 활발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공개한 각 기관의 AI 활용 사례가 2023년 710건에서 지난해 1757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건보공단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영국 NHS는 보고서 작성 등 각종 ‘관료적인’ 중복 업무에 AI를 활용함으로써 1주일에 하루 정도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부작용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호주는 2015년 ‘로보뎃 스캔들’을 경험했다. 호주 정부가 2016년 도입한 자동 부채 추정 프로그램으로 복지 수급자의 소득 정보를 자동으로 추정해 정확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부정확한 데이터가 AI 학습에 쓰여 많은 수급자가 부당하게 부채를 통보받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논란과 재정적인 이슈를 초래했다.
영국은 비자 신청 시스템에 AI를 적용했다가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I업계 관계자는 “AI 활용이 적절한지 감시하고 AI 학습에 활용될 데이터의 정확도와 편향성을 점검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AICE 취득으로 역량 검증
건보공단은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일에 가장 적극적인 공공기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4월에는 건보공단 정보화본부 직원 28명이 AICE 베이식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내부적으로 AI의 중요성과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며 “응시료 지원, 자격 취득 대비 교육 추진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이 올해부터 AI 분야 채용 우대요건으로 AICE 어소시에이트 취득을 추가한 것을 계기로 AICE 응시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ICE 누적 응시생은 3만 명을 훌쩍 넘었다. 2022년 11월 첫선을 보인 AICE는 해마다 최다 응시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AICE 시험을 활용해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다.
AICE를 임직원 역량 제고 방안으로 도입한 기업과 기관은 183곳에 이른다. KT 신한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동원F&B 비씨카드 롯데카드 등이 AICE를 승진, 부서 배치 등 인사(HR)와 관련한 주요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한경미디어그룹도 채용 때 AICE 인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정지은/김리안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