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평화, 정보보안 산업 육성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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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 SK그룹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 민간위원장은 “보안 기업이 성장하고 우수한 화이트 해커를 육성하려면 관련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권헌영 SK그룹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 민간위원장은 “보안 기업이 성장하고 우수한 화이트 해커를 육성하려면 관련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유심(USIM) 해킹 사건으로 SK텔레콤은 60만여 명의 고객을 잃었고 51일간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유심 교체에 든 비용은 2000억원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이참에 전 계열사 보안을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를 꾸리도록 했다.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총괄하고 민간 위원장에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위촉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1일 “몇 번의 회의를 거치며 회사의 문제 해결 의지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고 수습이 아니라 SK 전 계열사의 정보 보안 관련 장기 과제를 수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그룹 내 계열사의 보안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보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꾸린 독립형 전문기구다. 4월 SK텔레콤 사태로 위기의식이 전 계열사로 퍼졌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SK하이닉스), 정유(SK이노베이션), 배터리(SK온) 등은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산업 기밀이 많아 정보보호가 필수다.

지금까지 전체회의 두 번, 구체적 사안에 대한 회의를 두 번 했다. 이번 SK의 대응은 여러 조직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위원회를 꾸려 그럴듯한 수습책으로 비난을 모면하는 식의 상투적 대응책과 전혀 달랐다는 게 권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진찍기용에 불과한 허울뿐인 위원회였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라며 “외부 자문위원들이 질문과 주장을 주로 하고 계열사 대표 등 책임자들이 이에 답변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법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6년 공군 장교 근무 때 처음 접한 인터넷 세상에 매료돼 정보기술(IT) 관련 정책을 다루는 학자의 길로 가게 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 처음 추진한 전자정부 구축에 기여했다. 전자정부법, 개인정보보호법, 공공데이터법 등 법 제도를 제정하는 데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디지털정부혁신위원장을 맡았다.

권 위원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온라인 서비스 자체가 중단되는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해킹 공격으로 1주일여간 서비스를 아예 못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24시간 서비스가 해킹 등 위협으로 셧다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통신 서비스 중단이나 반도체, 배터리 생산현장의 전면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면 사회 전체가 큰 위기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에서 해커를 키우고 있다”며 “정보 보안은 점차 국가 대 국가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1조원이 든다면 2000억원은 보안 분야에 투자해 정보보안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고려대에서 학부생 대상 교양 강좌 ‘인공지능 윤리와 안전’을 개설했다. 그는 “융복합 시대에 다양한 전공생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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