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증가 등으로 냉매 급증→지구 가열화 괜찮나 [지금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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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냉매로 전환 유도하는 등 냉매 관리 적극 나서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냉장고, 에어컨,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 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알려져 있다.

냉매 수요는 급증하는데 효과적 감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13일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알려져 있다. [사진=기후솔루션]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알려져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HFCs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수만 배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진 온실가스이다. 냉매에 사용한다. 에어컨 등 일상 속 가전제품뿐 아니라 최근엔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가동에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15%씩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는 HFCs 등의 냉매가 주입된 냉동공조기기 사용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HFCs는 오랜 기간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오존층파괴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오히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었던 기존 냉매를 대체할 ‘친환경 물질’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 높은 지구온난화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HFCs 배출 문제를 적극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6년 HFCs 감축을 목표로 하는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2045년까지 HFCs 생산과 소비량을 2020~2022년 평균 대비 80% 감축해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지게 됐다. 더욱이 한국이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기 생산국이며 국내 유통 제품 중 95% 이상이 HFCs 또는 이전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축 책임은 더 크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주요국 대비 다소 뒤처진 상황이다. 한국은 키갈리 개정서를 의무 시행 1년 전인 2023년에야 비준했다. 이는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하는 중국보다도 2년 늦은 수준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일찌감치 개정서를 비준한 후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규제를 실시해 왔다. 유럽연합은 개정서가 비준되기 10년 전부터 HFCs 감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HFCs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2022년 기준 HFCs 배출량이 2018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HFCs는 냉매 제품을 생산할 때는 물론 설치·사용·폐기 과정 등에서도 조금씩 장기간 배출된다. 당장 배출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할 ‘잠재 배출량’을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냉매의 전 주기를 통틀어 HFCs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 ‘오존층 보호법’에는 HFCs의 폐기 등을 규제할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거나 회수해 처리와 보고하는 등의 사항도 제품별로 각각 다른 법이 적용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HFCs의 대안이 불확실한 상황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불화탄소 관리제도 개선방안’에는 HFCs를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물질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이 없었다.

냉동공조업계에서는 ‘수소불화올레핀’(HFOs)이 유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기로 배출될 경우 유독성 물질로 바뀌거나 비를 통해 식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어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후솔루션 측은 HFCs의 실질적 감축을 위해 △HFCs를 HFOs가 아닌 자연냉매로 전환할 것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LRM, Lifecycle Refrigerant Management)를 도입할 것 △HFCs가 속한 불소계열 온실가스(F-gas)를 통합 관리할 법 제정을 검토할 것 △HFCs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고도화할 것 등을 제언했다.

박범철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다시 HFCs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더 가속시킬 것”이라며 “냉매 원료인 HFCs가 정작 지구 온도를 높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 HFCs 감축과 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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