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유명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한 가운데, 틱톡은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최근 미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1주당 189.9달러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6개월 전 주당 181달러로 매입한 것과 비교해 11% 높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틱톡 미국 사업부의 기업가치는 3150억달러(약 45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의회의 틱톡 금지법 통과가 가시화되며 떨어졌던 회사 가치가 틱톡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틱톡은 지난 1월18일 틱톡 금지법에 따라 미국 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통신 플랫폼의 갑작스러운 폐쇄를 피하면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질서 있는 방식으로 적절한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정명령을 통해 이 법의 시행을 75일간 유예했다. 틱톡 금지법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법 시행 유예가 끝나는 4월 초까지 틱톡 미국 사업부를 미국 기업에 매각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 기업인들의 인수전은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의 공동창업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부동산 재벌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컨소시엄 ‘틱톡을 위한 국민들의 입찰’에 전략 고문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나도 공식적으로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하고 온체인(on-chain)으로 가져오려는 사람 중 하나가 됐다”며 “틱톡은 크리에이터들에게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만큼 틱톡의 미래도 그들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시 틴슬리 임플로이어닷컴 최고경영자(CEO)와 2억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비스트’가 이끄는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도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틴슬리 CEO는 지난달 틱톡을 300억달러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틱톡이 오히려 미국 내 사업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틱톡은 현재 미국 시애틀,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지에서 대대적인 채용에 나섰다. 채용 대상은 주로 커머스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은 2023년 9월 미국에서 쇼핑 기능 ‘틱톡 숍’을 출시하며 매출을 크게 늘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틱톡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틱톡을 살리는 건 훌륭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은 현재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마지막 카드로 미국 투자자들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건은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이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알고리즘 통제권 만큼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