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벙커샷 버디로 기세를 올린 김비오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통산 10승과 누적 상금 30억원 돌파를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김비오는 5일 부산 기장의 아시아드CC(파71)에서 열린 KPGA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쳤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단독 선두에 오른 김비오는 올 시즌 첫 승이자 2023년 9월 LX 챔피언십 이후 1년9개월 만에 통산 10승에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아울러 KPGA투어 사상 5번째로 통산 상금 30억원 돌파 가능성을 키웠다. 2010년 KPGA투어 데뷔한 김비오는 지금까지 165개 대회에서 29억2854만원의 상금을 적립했다. 앞서 박상현(55억571만원), 강경남(47억9952만원), 이태희(30억8162만원), 최진호(30억1249만원) 등 4명 만이 통산 상금 30억원을 넘어섰다.
10번홀에서 출발해 초반 5개 홀에서 1타를 줄인 김비오는 행운의 벙커샷 버디로 신바람을 탔다. 전반 15번홀(파5)이 전환점이 됐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꺾이면서 풀숲에서 겨우 공을 찾았고, 레이업 후 페어웨이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로 향했다. 보기를 범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런데 30야드 거리에서 친 벙커샷이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진 것.
행운의 버디를 잡은 김비오는 앞선 14번홀(파4) 버디에 이어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낚으면서 3연속 버디를 몰아쳤다. 후반에도 3번홀(파3)부터 3개 홀 연속 버디를 몰아친 그는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서 첫날 경기를 마쳤다.
경기를 마친 뒤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비오는 “운이 조금 많이 따랐다”고 웃으면서 “벙커샷이 들어가는 등 초반에 안 좋을 수 있던 흐름을 잘 바꿔서 좋은 스코어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1라운드를 돌아봤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1승씩을 챙기며 통산 9승을 쌓은 김비오는 지난해 우승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상반기에 원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자, 하반기 욕심을 부렸던 게 화근이었다. 무리한 플레이에 허리 통증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올해 초 멘탈적인 부분을 가다듬었다는 김비오는 “작년에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골프를 다시 즐겁게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갤러리로 와주시는 팬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프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전보다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작년에 겪은 슬럼프도 금세 극복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김비오는 올 시즌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영상을 올리면서 투어와 대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매 대회 자신의 이름으로 티켓을 구해 팬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김비오는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1년 내내 해볼 생각”이라며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야 활기차게, 힘을 얻으면서 골프를 잘 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쓰기 시작한 ‘평가 노트’도 경기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초 복귀전이었던 아시안투어 인도 대회 때부터 평가 노트를 썼다는 김비오는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며 “작년 힘들었던 시기에 김성근 감독님과 손웅정 감독님 등의 책을 읽은 뒤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제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오랜만에 우승 기회를 잡은 김비오는 마지막 날까지 침착함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도 ‘1등을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첫날을 이렇게 잘 마무리한 것에 감사하고,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연습장에서 채울 생각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통산 상금 30억원 돌파에 대해선 “아직 많은 생각은 해보진 않았는데, 제가 진짜 존경하는 (박)상현이 형은 꼭 잡고 싶다”며 “제가 이 직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조언을 얻은 분이고, 제 앞에 형이 있어서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