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양자 컴퓨팅이 변곡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연초 "20년은 걸린다"고 말하며 주가를 급락시켰던 때와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날 황 CEO는 프랑스 파리 비바테크놀로지 행사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흥미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서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밤 프랑스 양자 스타트업 파스칼 관계자들과 만났다며 유럽 내 양자컴퓨팅 기업의 큰 커뮤니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행사 이후 나스닥 상장사인 퀀텀컴퓨팅 주가는 25.38% 오른 18.97달러에 장을 마쳤고, 리게티컴퓨팅 주가는 11.39% 올랐다.
지난 1월 황 CEO는 양자컴퓨팅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30년이라고 하면 아마도 늦은 시점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20년은 걸린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양자컴퓨팅 관련주들은 10% 이상 폭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황 CEO는 두달 만인 지난 3월 연례 개발자 행사인 GTC2025에서 '퀀텀 데이' 행사를 열고 당시 발언을 사과했다. 12개 양자컴퓨팅 기업 CEO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그는 "나의 첫 반응은 '양자 컴퓨터 기업이 상장사라고?' 그제야 이들 기업이 상장돼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발언의 취지는 꿋꿋이 고수했다. 황 CEO는 "양자컴퓨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 과학을 이해하는 궁극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데, ‘양자 도구’가 아닌 ‘양자컴퓨터’로 명명돼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양자컴퓨터를 써서 주문한 버거가 3초 만에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게 양자컴퓨터의 쓸모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점을 양자컴퓨터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의 고전컴퓨터를 대체하는 시점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이사회 의장은 "양자 컴퓨터가 바로 고전 컴퓨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채프먼 등 양자컴퓨터 업계 수장들은 화학·물리 등 과학 분야 연구에서 양자컴퓨터가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가 양자컴퓨팅에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는 것은 관련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황 CEO는 11일 비바테크놀로지 행사에서 자사 첨단 GPU인 그레이스블랙웰에 CUDA-Q 플랫폼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CUDA-Q는 GPU와 QPU(양자프로세싱유닛)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오류율이 높고 속도가 오래 걸리는 양자컴퓨팅 시뮬레이션을 GPU로 미리 실행해볼 수 있다. 향후 CUDA-Q를 GPU와 양자프로세서(QPU)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구상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