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개 색으로 우주 지도 그린다…스피어엑스, 발사 성공 [강경주의 테크X]

3 days ago 5

스피어엑스 / 사진=NASA JPL

스피어엑스 / 사진=NASA JPL

대한민국이 개발에 참여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이 8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스피어엑스는 우주에서 102가지 색깔의 적외선 영역 빛을 감지해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고 우주 기원 규명에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우주항공청과 NASA에 따르면 스피어엑스는 11일 오후 11시10분(한국시간 12일 낮 12시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낮 12시52분께 발사체에서 분리돼 임무 궤도인 고도 약 650㎞ 태양동기궤도에 도달했다. 첫 교신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오후 1시30분 NASA 근우주 네트워크인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지상국 센터와 교신에 성공했다.

스피어엑스는 당초 지난달 28일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날씨와 로켓 장비 문제 등으로 발사가 8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지구를 떠났다. 가로·세로 3,2m, 높이 2.6m의 확성기 형태인 스피어엑스는 발사 후 약 37일간 초기 운영 단계에 돌입해 광학 성능 검증(검교정)을 포함한 모든 시험 가동을 수행한다. 우주망원경 자세 정밀 제어, 자체 복사 냉각시스템으로 영하 210도 이하로 운영 온도를 확보하는 등 조치도 이뤄진다.

이후 망원경의 광학 및 분광 성능을 시험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이 기간 첫 시험 관측도 수행할 예정이다. 초기 운영 단계를 마친 후 스피어엑스는 약 25개월간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지구 극궤도를 98분 주기로 하루 14.5바퀴 공전하며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한다. 임무 운영 및 관제는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와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에서 총괄한다. 극지역 근처에 위치한 NASA 근우주 네트워크인 남극 트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칠레 푼타 아레나스,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지상국 등과 통신한다.

스피어엑스 작업 상상도 / 사진=NASA JPL

스피어엑스 작업 상상도 / 사진=NASA JPL

스피어엑스 제원 / 자료=우주항공청

스피어엑스 제원 / 자료=우주항공청

스피어엑스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늘 면적의 100%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의 102가지 색깔로 촬영하는 최초의 우주망원경이라는 점이다. 우리 은하 내부의 별 1억개와 외부 은하 4억5000만개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NASA와 우주항공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행할 임무는 외계 생명체 형성에 필요한 물과 이산화탄소를 찾는 것이다. NASA는 "성간 구름(우주 가스나 먼지)에 얼어붙어 있는 물과 이산화탄소 분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종전 우주망원경과는 달리 하늘 전체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우주에 존재하는 물을 더 광범위한 시야에서 찾을 수 있다. 2021년 발사된 최신 적외선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망원경’은 좁은 영역을 자세히 찍는 데 특화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늘 면적의 1%를 촬영하는 데 그쳤다.

스피어엑스 개발에는 NASA와 캘리포니아공대 등 12개 연구조직이 참여했다. 미국 외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우주항공청 소속 한국천문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가 가동될 영하 220도의 극저온 우주 환경을 지구에서 구현하는 진공 시험용 밀폐 장치를 만들었다. 또 관측 자료를 처리할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참여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 전체 예산의 5%인 약 150억원을 투입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스피어엑스의 성공적인 발사는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인 우주 초기의 빛 탐색과 은하 형성 과정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한국의 우주과학 분야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주를 유영 중인 스피어엑스 / 사진=NASA

우주를 유영 중인 스피어엑스 / 사진=NASA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