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랩 합병 논란…시장이 문제삼는 건 '미래가치 이동' [이우상의 딥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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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비상장사’로 꼽히는 휴온스랩이 계열 상장사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 지분 64.1%를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주가가 최근 2거래일간 32% 급락했다. 반면 계열 상장사인 휴온스 주가는 같은 기간 16.5%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휴온스를 유력한 합병 대상으로 보고 선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휴온스랩이 휴온스로 편입될 경우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향유하는 휴온스랩의 경제적 가치가 현재 대비 약 4분의 1가량 감소하는 데다, 향후 SC 플랫폼 기술수출 등으로 휴온스랩의 기업가치가 급증할 경우 그 초과가치 상당 부분이 휴온스 주주들에게 귀속되면서 양측 주주 간 수혜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 이후 달라지는 휴온스랩 가치 귀속 구조

휴온스랩의 최대주주는 지분 64.1%를 보유한 휴온스글로벌이다. 보유 지분이 50%를 넘어 휴온스글로벌의 연결 자회사로 분류된다. 따라서 현재 구조에서는 휴온스랩의 기업가치 상승분이 휴온스글로벌 연결 실적과 지분가치에 직접 반영된다.

하지만 시장의 추정 시나리오대로 휴온스에 흡수합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휴온스글로벌이 보유한 휴온스 지분은 현재 40.8%다. 휴온스랩이 약 1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휴온스와 합병하면 휴온스글로벌의 휴온스 지분율은 약 48%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휴온스랩의 가치가 휴온스 안으로 편입되면서, 휴온스글로벌 주주가 간접적으로 향유하는 휴온스랩 관련 경제적 가치 귀속 비율 역시 기존 64.1%에서 약 48% 수준으로 낮아진다.

64.1%와 48%의 차이는 16%포인트다. 이틀 사이 30% 넘게 급락한 휴온스글로벌 주가 하락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시장에서는 현재 휴온스랩의 가치보다 향후 기업가치가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에 주목해왔다”며 “최근 급락 전 휴온스글로벌 주가에는 휴온스랩의 SC 플랫폼 기술수출이 성사될 경우 발생할 미래 초과가치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에서 휴온스랩의 기업가치는 1200억원으로 평가됐다. 가령 향후 SC 플랫폼 기술수출에 성공해 그 가치가 3000억원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양사 주주가 누리는 경제적 효과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현재 구조에서는 휴온스글로벌이 휴온스랩 지분 64.1%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휴온스랩 가치가 3000억원으로 상승할 경우 약 1923억원 규모의 지분가치가 휴온스글로벌 측에 반영된다. 반면, 휴온스랩이 휴온스에 흡수합병된 뒤 휴온스글로벌의 휴온스 지분율이 약 48%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휴온스랩 관련 경제적 가치 역시 약 144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전문가는 “결국 휴온스랩의 미래가치가 커질수록, 현재 구조와 합병 이후 구조 간 주주가치 귀속 차이도 함께 확대되는 셈”이라고 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에 역행

이번 거래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과도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개정 상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은 자회사 가치를 지주사에 집중시키거나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 SK, LG, CJ 등은 지주사 할인 해소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휴온스랩과 휴온스의 합병은 시장이 기대하는 방향과 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휴온스글로벌 내부에 남아 있던 핵심 비상장 자산의 미래가치가 지주사가 아닌 다른 상장사로 이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휴온스랩의 기업가치가 별도 IPO를 통해 시장에서 직접 검증되는 대신, 내부 합병 과정에서 정해진 평가가치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례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2024년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개편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지주사 주주가 아닌 다른 주체로 이전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거래는 무산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휴온스랩 거래 역시 본질적으로 유사한 구조라는 시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이 장남인 윤인상 부사장에게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향후 기업가치 상승 잠재력이 큰 자산을 미리 다른 계열사로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윤 회장은 휴온스글로벌 지분 42.76%(541만3011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윤 부사장은 지난해 윤 회장으로부터 6만주를 증여받아 현재 4.62%(58만4594주)를 보유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휴온스랩이 SC 제형 플랫폼 기술수출에 성공할 경우, 현재 구조에서는 휴온스글로벌 기업가치가 직접적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승계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역시 늘어나는 만큼, 그 전에 다른 계열사와 합병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휴온스랩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변환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하이디퓨즈’(HyDIFFUZE)는 알테오젠의 ‘ALT-B4’, 미국 할로자임의 ‘rHuPH20’에 이은 차세대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 3월 미국임상약리치료학회(ASCPT)에서 단일클론항체 11종과 항체약물접합체(ADC) 3종에 하이디퓨즈를 적용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ADC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 중이다.

하이디퓨즈 기술이 적용된 천연형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하이디자임주’가 2026년 하반기 국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할로자임의 ‘하일레넥스’와 동일한 서열을 가지며, 성형, 피부, 통증 및 부종 치료 영역에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비만·알츠하이머·당뇨병 신약 파이프라인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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