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코로나 때보다 줄어든 韓 1인당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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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자랑했던 경제 성과 중 하나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다. 2006년 2만 달러를 처음 넘어선 1인당 국민소득이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3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거였다.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문 정부에서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5년마다 이뤄지는 GDP 통계 기준연도 개편에 따라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시기는 2017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겨졌다.

▷3만 달러를 돌파했든 아니든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빠짐없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핵심 공약이나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르는 기준으로 꼽히는데, 선진국 문턱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담은 셈이다. 윤 정부는 취임 2년 차에 “민간 주도 성장을 유지한다면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며 목표치를 더 높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도 최근 5만 달러 달성을 담은 성장 전략을 내놓았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이 4년 뒤인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는데 반년 만에 두 해나 늦춰 잡았다. 또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2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이만큼 뒷걸음질 치는 건 이례적이다.

▷1인당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경상 GDP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눠 계산하는데, IMF의 전망엔 저성장과 고환율 쇼크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반 토막 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관세 폭탄에 국내 정치 불안, 내수 침체까지 맞물려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IMF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은 15년이나 1인당 GDP 3만 달러의 덫에 갇히는 꼴이 된다. 우리보다 앞서 3만 달러를 통과한 선진국들이 평균 6년 만에 4만 달러 시대를 연 것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다. 게다가 내년부터 경쟁국인 대만에 1인당 소득이 추월당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 가는데도 경제 체질 개선과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게을리한 대가다. 자칫 한눈팔다가는 4만 달러 벽을 깨기는커녕 2만 달러 추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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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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