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가 개전 이후 “종전이 임박했다”는 취지로 말한 건 38차례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8일 뉴욕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을 관람한 후 “2, 3일 정도면 이란과 합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가와 국제유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은 하던 대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양치기 소년’처럼 그의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전 직후 “아주 짧은 소풍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트럼프의 태도도 달라졌다. 7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질문이 나오자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중단하고 퇴장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미쳤다”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쟁 개시 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현재의 교착 상태를 예견하는 의견이 있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초래할 후폭풍을 거론하며 공습에 신중론을 폈고, J D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 “지역적 혼란과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같은 충고 대신 “초반에 지도부를 제거하면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무너질 것”이란 네타냐후의 달콤한 설득에 귀를 더 기울였다.▷오판으로 시작된 전쟁의 대가는 전 세계가 치르고 있다. 미군 전사자 13명과 초등학교 오폭으로 숨진 이란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국제 원유 가격은 전쟁 전보다 30% 이상 뛰었고, 국제 해상 운임은 두 배 가까이가 됐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명 중 2명이 “이란전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하는 등 ‘전쟁 피로감’이 쌓이는 중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헬버스탬은 저서 ‘최고의 인재들’에서, 케네디 행정부의 엘리트들이 ‘막연한 낙관주의’와 ‘관료주의의 숫자놀음’에 사로잡혀 베트남전이란 수렁에 빠져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3시간 만에 생포했다는 자신감과 개전 직후 ‘군사시설 90% 무력화’ 보고로 조기 승리를 확신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과 판박이다. ‘출구’를 말하면서도 계속 늪으로 빠져드는 이란전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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