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국이 중국에 145%의 초고율 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곧장 보복관세와 함께 희토류 수출 금지에 들어갔다.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디스프로슘, 사마륨 등 7종의 중(重)희토류를 틀어막았다. 당장 미국 제조업에서 곡소리가 났다. 전기차 모터가 돌아가지 않아 공장이 문 닫을 위기에 몰렸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제공권 장악의 핵심인 F-35 전투기도 뜨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교역 대상국들에 “최선의 제안을 가져오라”며 고자세를 보였던 미국도 다급해졌다. 협상의 물꼬를 튼 5일 미중 정상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는 사실 이름처럼 희소하진 않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광물과 섞여 있어 분리·정제가 어렵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도 유발한다. 198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손을 떼기 시작하자 막대한 매장량을 보유한 데다 환경 규제, 노동 인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을 상대로 처음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일본이 단 3일 만에 굴복하면서 전략무기로서 희토류의 힘을 실감했다. 이후 중국은 전략자원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당시도 희토류 수출 금지를 만지작거렸던 중국은 이번에는 참지 않고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미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미국 내 채굴·가공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호주, 캐나다 등과 함께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맺고 그린란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도 희토류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공급망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희토류를 얻으려고 심해와 달까지 노리는 시대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공급처 다변화, 희토류 저감·대체 기술 개발 등 공급망 독립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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