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특혜 의혹’ 뺀 국토부의 양평고속도 맹탕 감사

2 days ago 5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논란에 휘말렸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용역 관리가 부실했다는 국토교통부 자체 감사 결과가 나왔다. 용역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업체에 돈을 지불했고, 자료 일부를 고의로 삭제해 국회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부 공무원과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 7명에 대해 징계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2023년 9월 국회에서 자체 감사를 요구한 지 1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지만 뭔가 찜찜하다. 노선을 누가, 왜, 어떤 근거와 절차로 바꿨을까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줄곧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이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29일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됐는데, 두 달 뒤 용역업체는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가 4만여 m²의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용역 감독 부서인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용역업체가 편익 산정,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평가 등을 하지 않았는데도 “용역 100%가 준공됐다”고 날인한 뒤 대금 18억6000만 원 전액을 지급했다.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진도보고서 등의 자료를 기한 안에 제출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1조9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대한 관리가 깜깜이 수준이었다는 것인데, 단순히 부주의나 실수로 치부하긴 어렵다.

▷고의로 핵심 자료를 누락한 것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2023년 7월 국회에 용역업체가 작성한 38쪽짜리 과업수행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이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내용이 담긴 4쪽 분량을 통째로 들어내고 쪽 번호도 다시 매겼다. 당시 국토부는 ‘실무진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감사 과정에서 담당자는 “문서에 용역과 무관한 오타가 있어 신뢰성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삭제했다”고 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의혹 해소를 위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했는데, 실무자가 임의로 훼손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사실 이번 감사는 출발부터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노선 변경 과정의 위법행위는 처음부터 들여다보지 않았다. 박상우 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혜와 외압은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다”고 했다. “(대안 노선은) 기술자적 양심을 가지고 찾은 것”이라고도 했다. 장관이 이렇게 확신하는데 다른 내부 결론이 나오긴 어렵다. 의혹에 대한 진실은 외부의 시선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횡설수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내 생각은

    내 생각은

  • 패션 NOW

    패션 NOW

  • e글e글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