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거래소에서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워지고 국가 경제에도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와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거래는 부당 이득을 환수하고 엄단하겠다며 한 번이라도 주가 조작에 가담하면 다시는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꾸준히 주식 시장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한때 자신이 ‘슈퍼개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개미’ 정도는 되는 개인투자자였다고 했다. 이른바 ‘잡주’에 투자해 손해를 보기도 했고 선물·옵션에 손을 댔다가 전세금만 빼고 전 재산을 날린 적도 있다. 이후엔 우량주 장기 투자로 수익도 좀 남겼다고 한다. 대선 후보 때인 지난달 28일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4000만 원어치 사들이며 “1400만 개미와 한배를 탔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증시 부양 의지를 피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고 경제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성과는 크게 달랐다. 직선제 대통령 시대 이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건 노무현 정부 때다. 저금리와 중국 특수에 힘입어 184.8% 상승했다. 이어 김대중(19.4%) 이명박(18.1%) 문재인(15.0%) 노태우(5.9%) 박근혜(4.4%) 정부 순이다. 반면 외환위기를 겪은 김영삼 정부 때는 주가가 17.5% 떨어졌고, ‘밸류업’을 외친 윤석열 정부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는데도 5.1% 하락했다.▷새 정부가 들어선 뒤 주식 시장에선 ‘허니문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직전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5거래일 만에 7.7%나 올랐다. 과거에도 대선 직후엔 대체로 올랐지만 뒷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부양책으론 부족하고 기업들이 도전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업 성장이 뒤따르지 않는 주가 상승은 결국엔 신기루로 끝나기 십상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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