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계산속도 110배 끌어올린 '양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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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과학관에 전시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양자컴퓨터 모형.  한경DB

서울시립과학관에 전시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양자컴퓨터 모형. 한경DB

범밀도함수(DFT)는 분자 내부에 전자가 움직이는 모양과 에너지를 양자역학으로 계산하는 기법이다. 확률적으로만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 있는 무수한 전자와 원자핵이 어떻게 결합해야만 최적의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예측한다. 월터 콘 미국 캘리포니아대 이론물리연구소장이 DFT를 개발해 199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머신러닝 원자 상호작용 포텐셜(MLIP)은 DFT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신기술이다. 신소재를 설계하거나 화학 반응 결과를 예측할 때도 MLIP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반응물이 생성되는 찰나의 순간 전후인 ‘전이상태’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는 이주용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전이상태의 에너지와 힘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MLIP 모델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양자역학 계산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빠른 시간 내 다른 상태로 바뀌는 분자의 에너지와 힘을 파악할 수 있는 AI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성장 문자열 방법(GSM)과 탄성 밴드 찌르기(NEB)라는 양자역학 도구를 썼다. 그러면서 기존 MLIP에서 다루지 못하던 화학 반응 경로를 탐색했다. GSM과 NEB는 어떤 반응물을 생성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수많은 ‘최소 에너지 경로 계산법’ 중 하나다.

연구팀 관계자는 “GSM과 NEB를 통해 다양한 반응 경로를 포함하는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더 포괄적인 MLIP 모델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소스코드를 공개해 집단지성을 모았다. 그 결과 계산 효율성이 약 110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대규모 화학반응 경로 및 전이상태 데이터를 얻은 후 이를 DFT에 적용해 완성했다”며 “기하학적 인공신경망(ANN) 모델로 화학 에너지와 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특히 전이상태 에너지와 힘 예측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원천유망기술개발사업과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 환경부 화학사고 예방 고도화 기술개발 사업에서 동시에 지원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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