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대표 영건은 바로 나…배준호, 도움 2개로 눈도장 '쾅'(종합)

"이강인 형, 영감을 주는 선배…따라다니며 많이 배운다"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뒤늦게' 받은 영건 배준호(스토크시티)가 '멀티 도움'을 올리며 젊은 피 경쟁의 최전선으로 치고 나왔다.

배준호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에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도움 2개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4-0 대승에 앞장섰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6분, 배준호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속임 동작으로 상대를 떼어 놓은 배준호는 이강인이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왼쪽 골라인으로 침투하는 걸 보고는 무심한 '노룩 패스'로 전방을 향해 살짝 공을 밀어 놨다.

이강인이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반대쪽 골대 구석에 찔러 넣으면서 배준호의 도움이 기록됐다.

3분 뒤, 배준호는 오현규(헹크)의 골도 도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 페널티 지역 깊숙한 지역까지 크로스가 넘어오자, 배준호가 어렵게 헤더로 방향을 돌려놨다.

오현규가 문전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공을 잡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강력한 오른발 터닝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배준호의 도움이 하나 추가됐다.

배준호는 후반 25분 박승욱(김천)과 교체돼 벤치로 들어갈 때까지 자기 역할을 다했다.

상대 왼쪽 측면을 허무는 임무를 부여받은 배준호는 때로는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끌어 올려 상대 수비 라인을 깨고 깊은 곳으로 침투해 여러 차례 골 기회를 엿봤다.

그는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설영우(즈베즈다)가 올려준 크로스에 맞춰 문전에서 높게 뛰어올라 이마에 정확하게 맞췄으나, 공이 골대에 맞고 나오며 무위에 그쳤다.

무척이나 아쉬운 나머지 배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잔디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전반 19분엔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공을 잡은 뒤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반대쪽 상단 구석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혀 골과 연을 맺지 못했다.

후반 시작 직후에도 배준호가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날린 왼발 슛이 옆 그물을 때렸으나 홍명보 감독은 그의 움직임과 슈팅 등에 흡족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이 밖에도 배준호는 장기인 적극적인 돌파로 상대 파울을 여러 차례 유도해 한국에 프리킥 기회를 안기는 등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배준호는 당초 이달 3차 예선 2연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가 뒤늦게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날 출전한 터라 그의 도움 2개는 더욱 각별했다.

홍 감독은 시즌이 조금 일찍 끝난 배준호, 엄지성(스완지시티), 양민혁(토트넘) 등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는 영건의 몸 상태와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9차전 이라크 원정 경기 완승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자 이번 쿠웨이트전과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9월 A매치는 경쟁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무대로 삼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배준호를 추가로 불러들였다.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뜻밖의 기회로 A대표팀에 합류한 2003년생 배준호는 평균 나이 24.9세로 구성된 '젊은 피' 선발 라인업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러 차례 보여준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손흥민(토트넘)의 뒤를 이을 대표팀 차기 왼쪽 측면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어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C조 5차전(7-0 승)에서 A매치 데뷔골을 맛본 배준호는 이날로 A매치 8경기에서 2골 4도움을 쌓았다.

그는 경기 뒤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새 시즌에 들어가면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많은 경기를 뛰고, 좋은 폼을 유지하다 보면 월드컵에 나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북중미 대회 출전 의지를 보였다.

배준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서는 최근까지 대표팀 '막내'였던 이강인을 언급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4세인 이강인보다 3살 어린 배준호는 "강인이 형이 어떻게 비치는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에게는 큰 영감을 주는 선배다. 굉장히 모범을 보인다"며 "나도 강인이 형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하는 것만 보여줘도 무척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같이 축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soruh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6/10 23:48 송고 2025년06월10일 23시4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