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나는 새[이은화의 미술시간]〈361〉

2 days ago 5

커다란 새가 힘차게 하늘을 날고 있다. 마치 위장술을 하듯 몸은 아래 숲과 같은 색, 같은 문양으로 칠해져 있다. 아래 회색 담장 위 둥지 안에는 하얀 알 세 개가 애처롭게 놓여 있다. 어째서 새는 제 알들을 품지 않고 홀로 날고 있는 걸까?

봄을 그린 화가는 많지만, 르네 마그리트처럼 상상력 넘치는 봄의 모습을 표현한 화가는 드물다. ‘봄’(사진)은 1965년 유화로 그린 작품을 2003년 프랑스에서 석판화로 제작한 것이다. 마그리트는 낯설거나 상반되는 이미지를 한 화면 안에 배치해 감상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에서도 새 둥지와 돌담은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한 반면, 새는 무늬 종이를 오려 놓은 것처럼 평면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표현했다.

날아오르는 새는 마그리트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다. 새는 보통 자유와 이동을 상징한다. 이상과 꿈을 암시하기도 한다. 새 둥지는 생명과 탄생, 보호의 의미를 지니지만 이 그림에선 어미 새에게 버려진 존재가 됐다. 낮은 돌담에는 팬 자국이 무성하다. 거칠고 차디찬 돌담은 혹독했던 지난겨울을 은유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화가는 과거를 뒤로하고 이상을 찾아 떠나고픈 심정을 표현한 것일까? 자신의 자유와 비상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알들을 버려둔 채 말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특징적인 건 새의 위장술이다. 위장술은 적을 속이기 위해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는 기술이다. 현실은 겨울이지만 봄으로 위장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새가 숲의 문양을 한 건, 모든 생명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마그리트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다양한 궁금증과 해석을 자아내게 만든다. 성선설을 믿고 다시 그림을 보자. 어쩌면 어미 새는 알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날고 있는 것은 아닐까. 봄이 왔으니, 다시 품을 힘을 내기 위해서.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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