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권위[임용한의 전쟁사]〈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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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이란이 개입하면 이스라엘이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란의 군사력에 대한 과신에서 비롯된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까지 치면서 이란이 ‘종이호랑이’였음이 드러나자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을 두고는 초반부터 정확한 예측들이 나왔다.

정확한 예측은 정확한 판단을 낳는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이전에는 이란의 군사력에 대해서 몰랐을까? 이란이 시리아에 개입하려면 F-14 전투기와 그보다 못한 기종을 몰고, 이스라엘의 F-35를 상공에서 몰아내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나 가능한 설정이었다. 이 밖에도 이란의 군사력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널려 있었다.

작년만 해도 당장 이란 혁명정부가 붕괴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권위도 옛날 같지 않았다. 이는 2022년 히잡 반대 시위에서 이미 드러났다. 역사 속 모든 혁명정부의 특성상 위기가 닥치면 더 경직되면서 원칙과 명분에 대한 집착과 허세는 강해진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침공과 최초의 양국 충돌 당시 이란이 강경하게 대응한 배경이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력 격차가 노출되자 이란의 핵에 대한 집착은 급속히 강해졌고, 핵무기 완성에 매진했을 것이다. 혁명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혁명의 지속은 핵무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이란은 북한의 성공 사례를 본받아 미국과의 핵협상을 질질 끌며 시간을 벌려는 전략을 취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공, 특히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이념적 혁명은 강력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리고 거기에 속박된다. 역사가 수없이 보여주는 교훈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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