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주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정원’ 가꾸기[고영건의 행복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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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43개국 중 52위다. 202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1위다. 이처럼 한국인의 행복도는 경제력에 비해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는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1964년 영국에서 이러한 문화 시스템과 관련된 매우 혁신적인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업(Up)’이라는 시리즈는 7세였던 소년 10명과 소녀 4명의 실제 삶을 7년 간격으로 추적 조사했다. 흔히 사람들은 행복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도 ‘눈에 보이는 세계’를 통해 식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처음 방영된 지 56년이 흘러 발표된 ‘63 Up’에는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워야 할 행복의 기술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사례가 등장한다. 바로 앤드루와 닉의 사례다. 두 사람은 지적으로 매우 영민했다. 앤드루는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됐고 닉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후 핵물리학 전공 교수가 됐다. 그런데 두 사람의 정서적인 대처 방식은 사뭇 달랐다. 앤드루는 늘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반면에 닉은 불편한 질문에는 대답하는 것을 회피했다. 닉이 선택한 전공, 핵물리학은 상징적으로 그가 불편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때 앤드루와 그의 아내는 부부 생활과 자녀들과의 관계 모두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이 불편해할 만한 질문인 “부부싸움을 어떻게 해결하나요?”라는 물음에 앤드루는 쉽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아내가 언제나 옳지요!” 그러자 그의 아내는 남편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화답했다.

대조적으로, 닉은 ‘28 Up’에 출연했을 때 결혼한 상태였지만 시청자들이 파국적인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그는 이후 이혼했고 자신을 천사처럼 대해주는 10세 연상의 여성과 재혼했다. ‘63 Up’에서 닉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토로했고, 자신이 인후암에 걸렸으며 다음 시리즈에 자신은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닉은 65세 때 세상을 떠났다.

앤드루와 닉의 상반된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의 일화는 그 두 사람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3 Up’에서 앤드루 부부는 커다란 정원이 딸린 멋진 저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주택은 앤드루 부부가 신혼 때 버려진 헛간을 경매로 구입한 후 35년에 걸쳐 함께 가꾸고 일궈낸 것이었다. 앤드루 부부의 행복한 삶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주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이 오랫동안 정원을 가꾸면서 자신들의 ‘마음의 정원’도 함께 가꾼 결실로 보인다. 이처럼 행복한 삶은 세상이 오랫동안 ‘마음의 정원’을 가꾼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는 멋진 선물 같은 것이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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