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보다 무서운 것[임용한의 전쟁사]〈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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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시한을 넘기자마자, 이스라엘이 이란을 쳤다. 이 공습은 즉각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끝에, 심지어 이란 국내에 인원과 장비까지 미리 들여놓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자마자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전쟁의 명분이나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에 대비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란 지도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 일부를 져야 하는 군 인사 몇 명은 그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포함해 주변국의 핵 개발에 그렇게까지 예민한 것일까? 중동에서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누리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위해서일까?

이스라엘은 ‘생존’을 이유로 내세운다. 설령 양측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스라엘은 영토가 좁아 서로 핵 공격을 할 경우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핵 공격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또 이스라엘 몰래 기습적인 핵 공격을 감행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이스라엘이 지도에서 지워져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유대인 공동체는 건재하고, 제2의 이스라엘이 세워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핵은 공격용보다 위협용으로 더 효과적이다. 이란, 시리아 등이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핵전쟁을 우려하는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더 많은 제약을 가하려 할 것이다.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해 각종 분쟁에서 미국 등 서방국들이 이스라엘에 양보와 자제를 강요할 수 있다. 전쟁에서 상대의 행동을 분석하고 대비하려면, 옳든 그르든 상대의 주관적인 절박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란은 이 점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란은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하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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