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쉬웠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2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시즌 최고 상금대회인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5억원) 2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서는 박서진(18·대전여고 부설방통고)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2타 차이로 예선통과에 실패하면서다. 하지만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각오도 느껴졌다.
이날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박서진은 버디 3개에 더블보기 2개, 보기 1개를 더해 2오버파 74타를 쳤다. 전날 1언더파로 무난하게 출발한 그였지만 2라운드 초반의 부진을 딛지 못하고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박서진은 아마추어에서는 유명한 강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해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공동 10위)과 더헤븐마스터즈(공동 17위) 등 초청선수로 출전한 정규투어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지난달 아마추어 메이저급 대회인 베어크리크배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177cm의 큰 키로 뿜어내는 시원한 장타가 장점이다. 현재 KGA 여자랭킹 5위를 달리고 있는 특급 유망주로,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챈 신한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박서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일한 아마추어였다. 앞서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경험한 선수답게, 메이저대회급 세팅이었던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로 무난한 첫 단추를 꿰었다. 하지만 2라운드 첫번째 홀이었던 10번홀(파5)에서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지면서 코스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어 세번째 홀이었던 12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물에 빠지면서 또다시 2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4타를 잃었지만 박서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차근차근 기회를 노린 그는 16번홀(파3) 버디를 시작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이후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파를 이어간 그는 7, 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잃은 타수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커트라인이었던 1언더파에 2타 모자란 1오버파로 대회를 마쳐야 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서진은 "제 장점인 티샷이 조금 흔들려 정교한 샷을 요구하는 홀에서 타수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며 "퍼팅도 잘 떨어지지 않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메이저급 정규투어 대회에서 경쟁력도 확인했다. 18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271야드 보냈고, 3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276.9야드 기록하며 뛰어난 장타력을 증명했다. 경기 초반의 큰 실수 이후에 무너지지 않고 타수를 지켜내 아마추어답지 않은 단단한 멘털도 보였다.
박서진의 롤모델은 전 세계랭킹 넬리 코다(미국)다. 큰 키를 활용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박서진이 추구하는 플레이에 딱이란다. 마침 177cm인 박서진과 체형도 비슷해 경기를 자주 챙겨보며 스윙과 코스 공략을 연구한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비록 2라운드로 여정을 마쳤지만 박서진의 골프 도전은 계속된다. 세계무대에 진출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며 앞선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다. 박서진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해 앞으로 있을 많은 시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