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간판대회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15억원)이 24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역대급 신데렐라의 탄생을 노리는 김민솔, 그리고 노련함과 최고의 기량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이다연과 노승희의 대결이다. 여기에 방신실, 박민지, 이예원 등 정상급 강자들도 역전을 노리고 있다.
우승상금 2억 7000만원과 대상포인트 90점이 달린 '메이저보다 더 큰 대회'답게 최종라운드 리더보드도 화려하다. 상위 20위 가운데 단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 그리고 타수 차이도 크지 않다. 누구든 역전드라마를 써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이다연과 노승희, 김민솔이 챔피언조에서 대결을 펼친다. 전날 3라운드에 이어 나란히 챔피언조에서 리턴매치를 펼치는 이들은 오전 10시 40분 티오프한다.
김민솔은 이 대회 1라운드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올 시즌 드림투어(2부)에서 뛰고 있는 그는 이 대회에 추천선수로 출전했다. 올해 다섯번째 정규투어 출전인 이 대회에서 1라운드에는 10언더파로 코스레코드를 세웠고, 2라운드에서도 6언더파를 치며 이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이틀 또는 사흘간 치러지는 드림투어에서 김민솔은 벌써 4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김민솔은 정규투어로 직행하게 된다. 관건은 경험이다. 72홀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나흘 내내 최고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펼쳐야 한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드림투어와 달리 4라운드 72홀을 모두 걸어서 소화하는 것도 그에게는 극복해야 할 산이다.
무빙데이 3라운드에서 김민솔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첫 홀에서 티샷 미스, 이어진 4번홀에서 어프로치 미스로 각각 보기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그래도 후반에 버디 2개를 추가하면서 이븐파로 만회에 성공했다.
공동선두 자리를 지키면서 김민솔은 생애 첫 정규투어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 도전하게 됐다. 그가 우승하면 2부투어 선수가 와이어투와이어로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민솔은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고 후회없는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승희는 KLPGA투어에서 아이언을 가장 잘 치는 선수 중 하나다. 올 시즌 성적도 좋다. 지난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날아오른 그는 OK저축은행읏맨오픈에서 우승하며 투어 강자로 자리매김했고, 올해도 지난 6월 더헤븐 마스터스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정확한 코스 공략이 필요한 포천힐스CC에서 노승희는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기회를 잡아내며 챔피언조까지 올라섰다. 이번에 우승하면 노승희는 이예원 방신실 홍정민에 이어 올 시즌 네번째 다승자가 된다. 그는 "매번 목표는 우승이다. 동반자가 누군지 상관없이 내가 잘해야 우승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다연은 투어 통산 8승의 강자다. 이 가운데 3승을 메이저에서 거뒀을 정도로 큰 대회에 강하다. 작은 키에도 장타력과 정확한 샷, 퍼팅까지 갖춰 "아프지만 않으면 무조건 잘하는 선수"라고도 불린다.
그간 많은 부상에 시달리며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은 부상을 털어내고 완벽한 샷감을 보이고 있다. 2023년 KLPGA챔피언십과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 우승 이후 아직 추가 우승을 올리지 못한 그이기에 지금 누구보다 간절하게 우승을 원하고 있다. 이다연은 "너무 우승하려 한다는 마음보다는 욕심부리지 않고 제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들을 추격하는 경쟁자들도 쟁쟁하다. '장타여왕' 방신실이 무빙데이에 7타를 줄이며 선두그룹을 3타 차로 추격하고 있다. 장타가 가장 큰 무기이지만 현재 아이언 샷감도 좋아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방신실은 "놓치고 싶지 않은 대회여서 열심히 준비했다"며 "아이언샷으로 핀을 공략해 타수를 최대한 많이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과 2023년 이 대회 2연패의 주인공인 박민지도 역전드라마에 도전한다. 중간합계 10언더파, 선두그룹과 다소 타수 차이는 있지만 누구보다 코스를 잘 알고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이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투어 통산 19승을 보유하고 있는 박민지는 1승만 추가하면 통산 20승으로 투어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선두그룹과 차이가 꽤 커서 잃을 게 없다. 무조건 핀을 노리며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겠다"고 예고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