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후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 만나…"한국 대표팀 감독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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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의진]
(영종도=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진천선수촌 배드민턴 경기장에 딱 들어가는 순간, 가슴 한쪽에 뭉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여기가 우리나라 배드민턴의 산실이구나."
박주봉 국가대표팀 감독은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만난 취재진 앞에서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나 한국 배드민턴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고 벅찼던 마음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달 초 선임된 박 감독이 우리나라 언론과 만나 속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내가 일본에서 20년 감독을 했고, 영국과 말레이시아까지 합치면 거의 29년 만에 귀국했다. 물론 가족을 보러 오가긴 했으나 (외국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는 박 감독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감독직을 맡게 돼 걱정과 부담이 있었다"며 "감독 선임이 난항을 겪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전에 한, 두 번 기회가 있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후배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하지 못하면 후배들을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도자 경력을) 그만두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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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의진]
1964년생인 박 감독은 이번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마지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 영광스러운 한국 대표팀 감독이 돼서 감사드린다"며 "안세영 선수를 비롯해 김원호, 서승재 선수 등 그간 정말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있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들어서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김학균 전 감독과 지난해 말 결별한 뒤 줄곧 사령탑이 공석이었다가 협회가 지난 4일 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수장을 찾았다. 그는 2026년까지 대표팀을 지도한다.
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한국에 안긴 '배드민턴 전설'이다.
배드민턴은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따라서 박 감독은 '최초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로 종목 역사에 기록됐다.
박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 무대는 27일부터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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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의진]
선수단을 이끌고 출국길에 나선 박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을 확인했는데, 안세영 선수가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연습과 경기는 다르다"며 "경기 수를 놓고 (선수와)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승재, 김원호 선수도 전영오픈에서 우승했는데, 이후 아시아선수권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3월에 대회를 다녀오고, 직후 또 국내 대회를 소화해서 일정이 강행군이 됐다"며 "완전한 컨디션이 돌아올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배드민턴 복식의 역사를 쓴 박 감독은 대표팀 복식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구상 중이라 한다.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공희용(전북은행)-김혜정(삼성생명) 등 주요 복식 조를 언급한 박 감독은 "이런 톱 선수들의 랭킹은 올라와 있는데, 그 밑으로 중간과 아랫부분은 랭킹이 많이 쳐진다"며 "그래서 슈퍼 1000과 같은 최상위급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식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중간 수준의 선수들의 랭킹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24일 12시14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