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님, 요즘 어떤 차 타세요?” 필자가 지점장으로 있을 때 후배들이 물어오면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쏘나타 중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절약한다’ 혹은 ‘궁상떤다’. 사회가 성공에 대해 기대하는 방식은 늘 비슷하다. 타이틀이 커질수록 주변은 더 큰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겉모습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은 차를 타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각자의 기준과 가치가 있으니 자신이 만족하는 선택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나는 차를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물건’이라기보다는 ‘어디든 나를 데려다주는 실용적인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선택을 매우 전략적으로, 매우 경제적으로 내렸다. 신차보다 중고차를 선택했고, 남은 비용은 투자에 썼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지금의 나를 만든 사고방식이다.
신차는 매력적이다. 반짝이는 외관, 신기술, 새 차 특유의 냄새까지. 하지만 신차는 출고되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차량은 첫 1년 안에 30% 이상 가치가 떨어진다. 나는 이 시점을 기다렸다. 적당히 감가가 반영되고 성능과 내구성이 검증된 중고차, 그게 내가 선택한 ‘합리의 미학’이었다. 내가 당시 구입한 쏘나타는 출고 4년, 주행거리 5만㎞ 남짓. 상태는 양호했고, 가격은 신차 대비 절반 이하였다. 그 금액은 단순히 아낀 돈이 아니라 나에겐 ‘기회를 얻은 자본’이었다.
돈을 안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더 잘 쓰기 위해 아끼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그 절약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나는 이 절약한 돈을 즉시 투자 자산으로 전환했다. 자동차의 감가는 ‘시간이 지나면 잃는 돈’이라면 나는 그 시간 동안 ‘얻는 돈’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나는 고객이나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돈은 쓰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소비를 미루라는 뜻이 아니다. 현명하게 구조화해 자산화하라는 의미다. 돈은 움직여야 힘을 가진다. 현명한 소비로 생긴 여유는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다. 작은 선택 하나가 장기적 복리 효과를 만든다는 것을 아는 순간 소비는 곧 투자의 일부가 된다.
내가 중고 쏘나타를 선택한 건 단지 절약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선택의 자유’를 남긴 결정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산을 집중할 수 있는 자유. 나는 그 자유를 고객에게도 전하고 싶다.
돈이 많다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자산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자유가 시작된다. 그 첫걸음은 쏘나타 한 대로 시작할 수 있다. 내 자동차는 단지 탈 것이 아니라 나의 사고방식이자 철학이다. 내 차를 운전하며 생각한다. 이 길의 끝엔 더 나은 투자와 신뢰가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