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잘 먹고 잘 사는 기술

1 week ago 3

[한경에세이] 잘 먹고 잘 사는 기술

“식사는 하셨어요?” 한국처럼 식사로 안부를 묻는 나라가 또 있을까. 어릴 적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어머니는 매번 “아무리 바빠도 밖에서 끼니는 거르지 마시라”고 했다. 밥 한 끼에 담긴 정성은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니었다. 그건 마음을 챙기고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과천시가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산업에 도전한 것도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서 삶의 본질을 지키고자 한 시도였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음식문화를 혁신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바이오기술이 음식과 결합해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에 대한 새로운 대답이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과천시에 푸드테크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과천엔 음식 제조업이 없는데 정말 가능하겠어요?”였다. 과천은 유흥시설이 많지 않고 밤 9시만 되면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방향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물리적 기반보다 창의적 연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기억에 남는 청년 창업가가 있다. 가족의 건강 문제를 계기로 식물성 고기에 관심을 뒀고, 버섯과 곡물로 만든 대체육을 개발했다. 그는 매일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기술적 한계를 하나하나 돌파해냈다. 초반엔 “고기 맛도 안 나는 걸 누가 먹냐”는 조롱도 들었지만 지금은 3개국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먹는 건 결국 사람 이야기잖아요.” 그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과천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푸드테크 육성사업에 선정돼 26억2500만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과천은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조성과 기술 실증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1월 춘천시, 월드푸드테크협의회와 첨단식품기술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맺고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다. 단순한 산업 유치가 아니라 미래 식문화와 일자리, 도시 경쟁력을 함께 설계해가는 시작이다.

나는 ‘개척진신(開拓進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새로운 길을 열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뜻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나서야 하고 누군가는 믿음을 보여야 한다. 그 믿음이 도시를 바꾸고, 사람들의 밥상을 바꾸며, 삶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시작이 과천이라는 것이 나는 자랑스럽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