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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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일한다는 것

업무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할 기회가 많다. 제조 산업에서는 기계,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이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협업한다. 예를 들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개발 과정에서 설계 엔지니어와 소재 전문가가 협업해 고무 재질에 따른 강도와 탄성을 최적화한다. 소니(Sony)는 전 세계 사업장의 설계 조직과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하며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순간이 많다. 각 분야는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도 다르다. 어떤 분야는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분야는 생산 효율이나 안정성을 더 우선시한다. 실제로 노스럽 그러먼 같은 기업은 전 세계 엔지니어가 하나의 모델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통합해 협업한다. 서로 다른 조직과 분야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서는 복잡한 제품 개발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비효율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조업에서는 작은 차이 하나가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품 설계뿐 아니라,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실제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이 각 부서의 경험과 개별적인 소통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협업 과정을 돕는다.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제안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 처리해 엔지니어가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에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같은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AI가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고 조율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각자의 전문 영역 안에서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었다면, 이제는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조직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면 협업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서로 다른 부서를 경험해본 리더일수록 전체 흐름을 더 넓게 바라보고 조직 간 벽을 자연스럽게 낮춘다는 것이었다.

협업은 단순히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과 전문성을 연결해 더 나은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협업 방식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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