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날은 10~20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인 미팅 일정을 소화하다 하루가 가기도 한다. 때로는 직원으로, 또 고객으로, 투자자로, 협력업체 관계자로 만나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그러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실제로 일이 되게끔 하는 데 사람 사이의 소통과 신뢰, 협업만큼 중요한 게 없다. 전략과 시스템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다.
외환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00년대 초반 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불면서 한국종합화학공업을 인수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엔 주변 우려도 컸고, 한국종합화학 노조 반대도 극심했다. 하지만 미래 가치를 보고 인수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직접 만났다. 우선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며 사업을 안정화하고 기술력을 높여서 자부심을 갖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6개월간의 파업을 끝으로 인수가 결정됐다. 이후 노사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물론 이런 신뢰는 거저 쌓이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을 이겨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시간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구체적인 해법과 실행이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 일할 때도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사람 만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속풀이 대토론회, 현장공감 간담회, S.O.S 토크 등 정기 간담회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했다. 대부분은 ‘내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문제를 듣고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현장에는 몇 장의 문서나 한두 개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직접 발로 뛰는 기업인으로서, 지역 경제단체 회장으로서 인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실행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뒤면 인천 지역 중소 제조업체 10여 곳과 함께 무역사절단을 꾸려 중국 선양에 간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B2B(기업 간 거래) 상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를 통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에 해외 마케팅, 통역, 부스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남동 주안 부평 등 인천의 산업단지엔 여전히 크고 작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가 많이 있다. 이들이 겪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가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