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질로 암세포만 쫓는 차세대 항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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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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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강하게 공격하는 치료’에서 ‘정확하게 찾아가는 치료’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항암 치료가 암세포를 얼마나 강하게 억제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약물이 종양에 얼마나 정확히 도달하고 필요한 부위에서 작용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저분자 화합물과 방사성 동위원소 기술을 결합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구현하는 ‘테라노스틱스’가 차세대 항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물질로 암세포만 쫓는 차세대 항암 전략

오늘날 항암 치료 전략의 출발점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질소 머스터드에 노출된 환자에게서 백혈구 감소 현상이 관찰되면서 화학물질을 이용한 암 치료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과학자들은 작은 분자, 즉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다수의 항암제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발됐다.

최근 연구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저분자 화합물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분자량 등 물리적 특성이 저분자 화합물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이제는 실제 생물학적 기능과 표적 조절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약물 개발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전사인자 등 이른바 ‘난공략 표적’을 겨냥하려는 시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특히 주목받는 개념이 테라노스틱스다. 테라노스틱스는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와 진단을 뜻하는 ‘다이애그노스틱스(diagnostics)’를 결합한 말로, 하나의 물질이 질병을 찾아내는 동시에 치료까지 수행하는 접근을 의미한다. 정밀 의료 시대에는 약물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직으로, 얼마나 정확히 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약물이 실제 종양에 도달하는지, 체내에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치료의 정확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기술과의 결합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방사선은 오랫동안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질병을 확인하는 영상 진단 도구이자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 수단으로 동시에 쓰인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체내에 투여하면, 해당 물질이 암 조직을 찾아가고 방사선이 국소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특정 표적을 인식하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암세포를 찾아가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암 치료가 더 이상 전신을 광범위하게 공격하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고, 표적을 찾아가 필요한 부위에서 작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기술을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분야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물질을 설계하는 화학·생물학 연구, 표적과 효능을 검증하는 전임상 연구,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품질 관리, 임상 적용과 안전성 평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하나의 기술만으로 완성되기 어려운 만큼, 신약 개발과 핵의학, 영상의학, 임상 의학 간 협업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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