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리다 말고 시를 쓴다
햇살 밥 바람 반찬 펼쳐 놓은
둔치 밥상 위에다
콕콕
암팡지게 쓰고 또 쓴다
어느결에 강물 한 종지 떠와서는
쓴 것 지우기를 수십 번
마음 적실 문장 하나 애타게 찾는다
쉴 새 없이 방아 찧는 부리를 바라보며
강물이 던지는 한 말씀
그만 지우란다
정말 쓰고픈 말은
행간에 숨겨두는 거라면서
통통 튀며 박수받고픈
물수제비는 흘려보내란다
두리번거리느라 핏발 선 눈부터 지우란다
그냥 흘러가란다
―김달교(1954∼ )
‘시인’을 빨리 읽으면 ‘신’이라고 들린다. 인간인 시인과 초월적인 신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시를 공부할수록 시인이 신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로 보인다. 본디 신이란 여기 없고 거기 있으며 아주 크고 대단하다. 모두 그렇게 생각할 때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사실 신은 거기 없고 여기 있으며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모르는 작은 신이 있어, 나의 하찮은 순간들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학술이 아닌 믿음의 차원에서 생각한다. 나만의 작은 신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이라고 말이다.
숨겨진 신을 찾아 그것을 숭배하는 일은 얼마나 귀한가. 일상과 일생을 지탱하는 자세와 문장을 찾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나는 신적이지 않으면서도 신적인 시인의 자세를 이 시에서 읽는다. 이 시에 등장하는 새는 마치 기도하는 구도자 같다. 부리가 닳도록 문장을 쓰고 또 쓴다. 이 시에 등장하는 강물의 말씀 역시 신의 목소리 같다. 강물에서 메시지를 건져내는 시인의 자세 또한 묘하게 초월적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시집은 각각의 경전인 셈이다. 그 속에 사람이, 삶이, 그리고 우리의 작은 신이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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